말이나 행실이 아주 고약하고 천박한 사람을 낮잡아 ‘불쌍놈’이라 한다. 이 말은 너무 혐오스러워 아무에게나 쓰지 못할뿐더러 발설하기조차 거북하다. 이런 말을 최근 한 역사학자가 페이스북을 통해 제1야당의 원내대표에게 거침없이 했다. 내용인즉, 야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개망신’으로 깎아내리자 이를 ‘불쌍놈의 말버릇’으로 되받아친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불쌍하다’와 ‘불쌍놈’의 어원을 동원해 자기 논리를 편 것이다. 그 글에서는 ‘불쌍하다’의 ‘불쌍’은 물론이고 ‘불쌍놈’의 ‘불쌍’까지 한자어 ‘不常’으로 보고, ‘불쌍하다’를 ‘정상이 아니다’로, ‘불쌍놈’을 ‘쌍놈 수준에조차 미달하는 사람’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불쌍놈’의 ‘불쌍’까지 한자어 ‘不常’으로 본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불쌍놈’은 다름 아닌 ‘불상놈’을 세게 발음한 말이다. ‘불상놈’은 ‘불쌍하다’를 고려하면 ‘불상’과 ‘놈’으로 분석될 것 같으나 그렇지 않다. 이는 ‘상놈(常-)’에 접두사 ‘불-’이 결합된 어형이다. ‘불-’은 ‘불가물(아주 심한 가물)’ ‘불깍쟁이(아주 지독한 깍쟁이)’ 등에 보이는 것과 같이 ‘몹시 심한’이라는 뜻을 더한다. 이는 명사 ‘불(火)’에서 온 것인데, ‘불’이 지니는 ‘격렬함’ ‘거셈’ 등의 속성이 핵심성분으로 작용해 이런 의미가 생겨난 것이다.

한편 ‘상놈(常-)’은 예전에 ‘상인(常人)’, 곧 ‘평민’을 낮잡아 이르던 말이다. 물론 지금은 ‘본데없고 버릇없는 남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로 쓰이고 있다. ‘상놈’의 센말이 바로 ‘쌍놈’이다. ‘상놈’ 가운데에서도 아주 심각한 수준의 상놈을 접두사 ‘불-’을 붙여 ‘불상놈’이라 강조한 것이고, 이를 더욱 강렬하게 표현해 ‘불쌍놈’이라 한 것이다. 그러므로 ‘불쌍놈’이 ‘쌍놈 수준에조차 미달하는 사람’은 아니다. ‘불’을 한자 ‘不’로 보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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