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정부가 15일 삼성·현대차·SK·LG 등 15개 대기업에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을 요청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에 따른 농어촌 민간기업 상생발전 간담회’라는 명목으로 기업 임원들을 불러모았지만, 소속 의원들은 물론 이개호 농림축산식품·김영춘 해양수산 장관도 참석했기 때문에 사실상 국회·정부가 돈을 내라고 강요한 자리나 마찬가지다.

농어촌상생기금은 2016년 제정된 ‘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 지원 특별법’에 따라 지난해부터 10년간 1년에 1000억 원씩 1조 원을 걷기로 돼 있다. 올해 안에 2000억 원을 확보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500억 원 정도 모금에 그치고 있다. 90% 이상이 공기업들의 출연금이다. 민간 기업들은 대부분 수익성 악화로 고민하는 데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했던 경영인들이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주저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정권이 바뀌어도 재판에 안 세우겠다”며 기업을 압박했다. 이 정도면 가위 형법상 협박죄를 다툴 지경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농어민 지원을 왜 기업에 떠넘기느냐는 것이다. 정치권은 ‘무역이득공유제’ 개념을 내놨는데, FTA 손익 평가의 한계 등 입법 과정에서도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기업을 향해 법인세 등 합법적 조세를 넘어 ‘비자발적 기금’까지 강요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 국회는 기업을 겁박할 게 아니라 잘못된 법부터 시정해야 한다. 농어민 지원이 더 필요하다면 정부 예산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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