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남용 의혹 관련
일제징용소송 등 관여 추궁
고영한 前대법관도 곧 소환
檢칼끝‘양승태 턱밑’까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의 ‘2인자’였던 박병대 전 대법관이 19일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소환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이후 전직 대법관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선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대법관을 상대로 일제 강제징용 소송 재판 지연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전반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이날 오전 9시 20분쯤 검찰청사에 도착한 박 전 대법관은 취재진에게 “법관으로 평생 봉직하는 동안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법원행정처장으로 있는 동안에도 사심 없이 일했다”면서 “그동안 많은 법관이 자긍심에 손상을 입고 조사까지 받게 된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국민이 법원에 대한 믿음을 다시 회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법관은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사심 없이 일했다는 말씀만 거듭 드리는 것으로 답변을 갈음하겠다”고 말하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박 전 대법관이 입장을 밝히는 동안 민중당 당원 10명가량이 손팻말을 들고 ‘박병대를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치다가 법원 방호원들에 의해 제지당하기도 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면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함께 양 전 대법원장을 보좌하면서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 지연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및 압박 △법관사찰 △비자금 조성 등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앞서 구속 기소한 임 전 차장 공소장에 약 30개의 범죄사실과 관련해 박 전 대법관을 공범으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이 실무를 총괄하는 ‘핵심 중간책임자’ 역할이라면, 박 전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중요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려 지시하는 방식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또 지난 5개월간 확보한 증거 등을 근거로 박 전 대법관에게 사실관계를 추궁한 뒤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후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의 후임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영한 전 대법관도 조만간 공개 소환할 방침이다. 사법행정의 ‘정점’인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소환 조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대법관 다양화 등을 요구한 송모 부장판사를 지방으로 좌천했다는 취지의 ‘물의 야기 법관 인사 조치 보고서’ 문건을 확보하고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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