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익분기점 2배…400만 돌파
“스마트폰이 주인인 세상에서
공감 끌어낼 이야기라 확신
‘역린’과 비슷한 조건으로도
재미있는 영화 만들겠다 오기”
“‘역린’과 비슷한 조건에서 충분히 속도감 있고, 재미도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오기가 생겼어요.”
영화 ‘완벽한 타인’으로 흥행 성공을 거둔 이재규(사진) 감독은 이 작품을 만들게 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의 상업영화 데뷔작인 ‘역린’(2014)은 정유역변을 배경으로 정조 암살을 둘러싸고 궁에서 벌어지는 24시간의 이야기를 그렸다. 100억 원대의 제작비를 들인 대작으로, 손익분기점은 넘겼지만 회상 장면이 지나치게 많아 속도감을 떨어뜨린다는 혹평이 나왔다. ‘완벽한 타인’은 40년 지기 고향(속초) 친구들과 그들의 부인 등 일곱 명이 한 친구의 집들이에 모여 저녁을 먹는 동안 각자에게 오는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을 모두 공개하는 게임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영화는 제한된 공간에서 여러 인물이 얽히고설키는 구조가 ‘역린’과 닮았다.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 나선 이 감독에게 “4년 동안 칼을 간 거냐”고 묻자 “이번에는 뭔가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드라마(‘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등) 잘하는 PD가 영화는 얼마나 하나 보자’라고 뜯어보신 거 같아요. 기대치가 높았죠. 4년 동안 관객과 어떻게 소통할지를 생각했어요. 어릴 때부터 영화를 하고 싶었지만 20대 때 충무로에 들어갈 용기가 없었어요. 결혼하고 방송사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다 보니 드라마도 재밌더라고요. 그렇게 반복되며 재미가 덜 해졌고, 더 늦기 전에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10월 31일 개봉한 ‘완벽한 타인’은 18일까지 435만304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손익분기점(180만 명)의 2배가 넘는 성적이다. 그는 “내 생각과 느낌이 관객에게 잘 전달된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히며 환하게 웃었다.
“누구나 크든 작든 문제를 안고 산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게 우리의 모습이라는 걸요. 낄낄대며 웃다가 기분 좋은 위안을 얻길 바랐어요. 그게 통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나이가 드니 관객, 시청자와의 소통이 더 크게 다가와요. 그래서 행복감도 더 크고요.”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은 ‘공감’이다. 사랑, 우정, 배신 등 공감 요소를 촘촘하게 배치해 다양한 재미를 전한다.
“원작인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2016)를 보고 스마트폰이 주인인 세상에서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이야기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원작의 틀을 가져와서 한국화한 후 제 경험도 녹여 넣어 친밀하지만 타인으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펼쳤어요.”
일곱 명의 배우가 대사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속도감이 느껴진다. 배우들의 합을 극대화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대사 연습을 반복하며 애드리브는 어디까지 할지 합의점을 찾았어요. 처음에는 잘 안 맞았지만 계속 대화하며 풀어갔죠. 첫일주일은 머리가 터지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배우들이 진짜 오랜 친구들처럼 대사가 딱딱 맞아떨어지며 술술 풀리더라고요. 쾌감을 느꼈어요.”
오십을 바라보는 그는 앞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45세까지만 일하는 게 꿈이었는데 이젠 55세까지로 늘렸어요(웃음). 제 회사인 필름몬스터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함께 제작하며 저도 영화, 드라마 가리지 않고 하려고 해요. 드라마 연출자를 영화로 데뷔시키기도 하고, 영화감독 중 시리즈물에 관심 있는 분들께 드라마 연출 기회도 드리고요. 두 매체를 넘나드는 연출자가 많아지면 작품이 풍성해질 거란 기대감이 들어요.”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