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에서 검어진 얼굴 묘사
“백인 검은 분장… 흑인 비하”
네덜란드의 크리스마스 축제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흑인 분장 캐릭터인 ‘검은 피트(Zwarte Piet·사진)’가 인종차별의 상징이라고 주장하는 진영과 단지 전통적 문화일 뿐이라는 사람들이 집회에서 격돌하면서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을 놓고 진보 vs 보수 간 대립으로 비화되고 있다.
18일 로이터통신, 도이체벨레(DW)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경찰은 이날 남부 틸뷔르흐에서 검은 피트를 찬성하는 시위자 40여 명을 폭행 혐의로 검거했다. 전날 남서부 로테르담에서는 검은 피트 반대 시위자 3명이 붙잡히기도 했다. 이 외에도 에인트호번, 동북부 흐로닝언 등 곳곳에서 찬반 시위대가 격돌했다. 일부 찬성 시위자들은 경찰과 반대 측에 달걀과 맥주캔 등을 던졌다. 동부 네이메헌과 중부 즈볼러 시장은 시위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 시위를 금하기도 했다.
검은 피트는 어린이들의 수호성인인 성 니콜라스, 즉 산타클로스를 돕는 네덜란드 전통 캐릭터다. 네덜란드 전통 설화에 나오는 인물로 니콜라스 축일인 12월 6일이 되기 2주 전쯤 스페인에서 선물을 잔뜩 싣고 와 네덜란드 전역을 돌며 아이들에게 쿠키와 선물 등을 나눠준다. 검은 피트들은 니콜라스가 선물을 나눠줄 때 함께하는 요정 같은 존재다. 문제는 이들의 생김새다. 스페인의 황야에서 온 데다 굴뚝을 오르내리다 보니 얼굴이 검어졌다는 설정이다. 그러다 보니 축제에서 검은 피트들은 얼굴에 검정이 묻어 있고, 입술은 빨갛고, 꼬불꼬불한 가발을 뒤집어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묘사된다.
핼러윈데이 등에서 백인이 흑인 분장을 하면 인종차별 논란이 일 듯 검은 피트 반대론자들은 “전형적인 인종차별”이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검은 피트 찬성론자들은 검은 피트는 어린 시절 따뜻하고 유쾌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전통 문화라고 맞서고 있다. 네덜란드 법무부는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자유는 있지만, 무질서와 무언가를 던지는 등의 행위는 허용할 수 없다”며 폭력 시위에 대해 경고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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