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기일 불과 13일 남았는데
예비심사 마친 상임위 7~8곳뿐

부총리 교체·여야 정쟁 심화
심각한 부실·졸속 심사 불가피


‘내년 예산안 법정 기일(12월 2일)이 13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19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 처리의 실질적 시한이 불과 10여 일 남았는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예결위 조정소위)가 구성조차 되지 않으면서 국회 예산 심사가 표류(漂流)하고 있다. 12월 1∼2일이 주말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내년 예산안 법정 기일은 11일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세종 관가(官街)에서는 “이런 상황이면 올해도 예산안 법정기일 준수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며 “지난해 예산 통과 일자(12월 6일)보다도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온다.

우리나라 국회가 2004년 이후 14년 동안 예산안 법정기일을 지킨 것은 2014년(12월 2일 국회 통과) 한 번뿐이었다. 2014년 법정기일이 지켜진 것은 국회법(85조의3)에 규정된 ‘자동부의제도’(11월 30일까지 예산심의가 끝나지 않을 경우, 다음 날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는 제도)가 처음 시행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부의제도 시행 후에도 법정기일이 지켜진 것은 2014년뿐이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12월 3일이었던 예산안 국회 통과 시기는 지난해에는 12월 6일로 늦춰졌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늦어져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부실 심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으로 내년 예산안 예비심사를 마친 상임위원회는 7∼8개에 불과하다. 아직 10여 개의 상임위가 예비심사도 마치지 못했다는 뜻이다. 경제계에서는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내년 예산심사 과정에서 ‘쪽지 예산’(국회의원의 개인적인 민원 예산)이 그 어느 때보다 창궐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뒤에는 국회의원들이 쪽지 예산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 상임위 예비심사보고서 등에 서로 품앗이하듯 개인 민원 예산을 밀어 넣는 것도 연례행사가 됐다.

기재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상임위의 예비심사 결과, 약 4000억 원이 감액된 반면 4조 원 이상 증액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위 예비심사 과정에서 예산을 깎지는 않고 적극적으로 늘리기에 나섰다는 뜻이다.

민간경제연구소 고위 관계자는 “올해는 청와대가 예산 심사 기간 중에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교체를 발표하면서 내년 예산에 대한 정부의 ‘방어막’이 많이 약해진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여야 정쟁 심화로 심사 일정마저 늦어지면서 심각한 부실·졸속 심사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심의를 졸속으로 하는 것은 국민의 세금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과 같은데 해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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