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원 육박 ‘XS 시리즈’ 韓시장 보름간 30만대 팔려 아이폰8·X 대비 60% 불과 부품사에도 ‘납품축소’ 불똥
보급형 모델 XR 동시 출시 고객층 확대전략 내세웠지만 크기만 커졌을뿐 혁신 없어 기존 마니아까지 이탈 조짐
고가 논란에 휩싸인 애플 신작 아이폰 XS 시리즈의 국내 판매량이 출시한 지 보름 만에 전작에 견줘 반 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신형 아이폰 판매량이 출시 두 달 만에 빠르게 줄어들면서 200만 원에 육박하는 고가폰을 앞세워 수익성을극대화하려는 애플의 전략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16일까지 이동통신 3사를 통해 개통된 아이폰 ⅩS·ⅩS맥스·ⅩR는 약 30만 대로 추산됐다. 이는 전작 아이폰 8과 아이폰 Ⅹ의 같은 기간 성적과 비교하면 60%에 불과한 판매량이다.
충성 고객을 거느린 애플의 판매량이 꺾인 원인은 비싼 가격이다. 지난 2일 한국 시장에 상륙한 애플의 아이폰 신형 주요 모델 출고가는 아이폰 XS(256GB) 156만2000원, 아이폰 XS맥스(512GB) 196만9000원, 아이폰 XR(64GB) 99만 원이다.
해외 판매량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최근 미국 CNBC 등 주요 외신은 애플을 담당하는 밍치궈 TF 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4분기부터 내년 3분기 사이에 아이폰 XR 출하량 전망치를 기존 1억 대에서 7000만 대로 낮췄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보고서에서 아이폰 XR의 판매 호조를 예상했으나 한 달 만에 달라진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아이폰 XR는 아이폰 XS 시리즈의 전체 판매량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됐던 제품이다. 성능은 아이폰 XS와 비슷하지만 디스플레이를 액정표시장치(LCD)로 장착해 가격을 낮췄다. 이는 프리미엄과 보급형 모델을 함께 내놓고 충성도 높은 마니아와 지갑이 가벼운 소비자를 동시에 겨냥해 고객층을 넓히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불똥은 부품업체로 튀고 있다. 일본 닛케이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 XR의 수요가 예상과 달리 저조하자 스마트폰 조립업체인 대만 폭스콘과 페가트론에 아이폰 XR에 대한 추가 생산설비 계획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애플 아이폰의 3D 센서 부품업체인 루멘텀홀딩스도 지난 12일 2019회계연도 하반기 실적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대형 고객사가 납품을 줄이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시장전문가들은 대형 고객사를 애플로 추정하고 있다. 밍치궈 애널리스트는 내년 1분기 애플의 아이폰 출하량도 기존 전망치 5500만∼6000만 대에서 800만 대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 아이폰 XS의 판매량이 경쟁 업체에 비해 빨리 꺾이는 현상은 혁신과 가격 전략이 실패한 탓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9월 아이폰 신형 스마트폰 3종을 출시했지만 시장에서는 실망감을 표출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카메라 기능이 개선되고 화면 크기가 커진 것을 제외하면 혁신 요소를 딱히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출시 이전부터 불붙은 고가 논란도 찬물을 끼얹었다. 주요 외신들은 아이폰 XS 기사마다 비싼 가격을 단점으로 꼽았다. 애플은 최근 몇 년동안 평균판매단가(ASP)를 끌어올리면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마케팅 방향성이 길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능과 디자인이 상향 평준화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아이폰 충성 고객 외에는 목표 대상을 명확하게 설정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충성 고객들도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작 아이폰 X가 혁신적이지 않아 구매를 미뤘던 대기 수요가 많지만 올해 신제품에서 기존 대기 수요를 흡수하지 못한 양상이다. 업계는 구입 후 3년 이상 지난 아이폰이 전 세계 3억 대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디자인과 소프트웨어를 앞세워 혁신을 인정받았던 애플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상업성만 짙어진 상황”이라며 “애플이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지 못하자 각종 논란에도 군말 없이 아이폰을 사던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