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임기 내 공단의 역할과 위상을 과거와는 확연히 차별화해 업그레이드하겠다며 강한 업무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 취임 1년 맞은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공사장 사망’ 추락사고가 과반 시스템 비계 점유율 16.7% 뿐 예산 300억 → 400억 증액추진
건설공사 위험 방지 심사 강화 2022년까지 産災 사망 절반 ↓
플랫폼 근로자 산재보호 死角 빅데이터 구축해 대책 세울것
연말 조직개편…지자체와 협력 효율적인 현장 중심 체계 운영
“제가 가진 안전보건공단 사번이 모두 3개입니다. 1991년에 공단에 처음 입사해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2006년에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으로 부임해 산업 안전 보건 분야 정책수립에 참여했으니 이번이 세 번째 입사죠. 아마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일 겁니다.” 박두용(55)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문화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세 번이나 공단과 인연을 맺은 게 운명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진기록’을 소개했다. 실제 관련 업무에 밝고 조직에 필요한 인물이 아니면 경험하지 못할 특이한 경력이다.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만난 박 이사장은 “이사장직이 공단에서 맡는 마지막 직위인 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산재예방사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산업보건학 박사인 박 이사장은 한성대 기계시스템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산업보건학회와 한국안전학회 부회장을 지냈다. 그만큼 산업안전보건 분야 이론과 실무에 두루 밝은 전문가로 꼽힌다.
공단의 목표 가운데 산재예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올해 초 산재사망자 절반으로 줄이기를 목표로 내세웠다. 근로자 1만 명 당 사고 사망자 비율을 뜻하는 사고사망만인율은 2015년 기준 0.53으로 미국(0.35), 일본(0.17), 독일(0.15)에 비해 2∼3배나 높은 상황이다. 지난 1년 동안에도 우리나라에서 산재 근로자 수만 8만9848만 명이고 이 중 사망자가 964명에 달했다.
“지난 5월 발생한 대전∼당진고속도로 근로자 추락 사고는 고가도로 철제 사다리에 박힌 고정 나사못 8개 중 2개가 설계보다 짧아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렇듯 안전사고는 과거에 누적된 문제가 터져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지금부터 충분히 해야 미래의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한정된 인력과 예산, 감독과 처벌 중심의 정책으로는 사고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동네축구처럼 공만 쫓아다니는 식으로 발생한 사고만 쫓아다니며 대응하면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박 이사장이 제시한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박 이사장은 “사고가 발생하는 길목을 지켜야 한다”며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해 면피성 정책을 펼치진 않겠다”고 강조했다.
공단은 사고사망 발생형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비계(건설현장에서 근로자가 높은 곳에서 이동할 수 있게 설치한 임시 가설물) 추락사고 △지게차 충돌사고 △밀폐공간 질식사고 등을 3대 악성 사망 분야로 선정해 사업장 전수 실태조사를 추진했다. 그 결과 올해 8월 기준 3대 악성 사망 분야 사고사망자 수는 19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24명) 감소했다. 박 이사장은 산재의 특성에 대해 “개인이 아닌 사회가 책임져야 할 구조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근로자를 대상으로 안전교육만 한다고 산재를 막을 순 없습니다. 추락사고가 건설현장 사고사망의 과반을 차지하는데, 안전한 시스템 비계를 쓰는 현장에선 최근 3년간 단 한 차례도 추락사고가 난 일이 없습니다. 현장에서 제대로 시스템 비계만 사용해도 사망사고를 훨씬 줄일 수 있습니다. 시스템 비계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16.7%에 불과한데, 올해 300억 원인 시스템 비계 전환 예산을 내년에 400억 원으로 늘리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입니다.”
박 이사장은 “더불어 건설공사 유해 위험 방지 계획서 심사·확인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해서 오는 2022년까지 산재 사고 사망자를 절반(500명대)으로 줄이는 게 구체적 목표다.
외주화의 증가로 하청근로자의 사고사망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도 해결 과제다. 2016년 기준 전체 사고사망자 중 42.5%가 하청근로자다. 특히 건설업 50억 원 이상 공사에선 사고사망자 중 88.4%, 조선업 300인 이상 사업장에선 73.7%가 하청근로자다. 박 이사장은 권한을 가진 자가 안전을 책임지는 인식 변화와 관련 제도 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청근로자는 원청의 지시대로 작업을 수행할 수밖에 없으므로, 원청은 하청에 업무를 지시할 때 자기 사업장이나 시설을 관리하듯 안전관리를 해야 합니다. 선진국들은 작업 시간·장소를 통제하는 주체가 누구냐로 안전에 책임을 질 주체를 판단합니다. 사업장에 대한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라면 주체가 누구이든지 ‘장소와 시간을 통제하는 자’가 안전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해 새로운 고용 형태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 대비한 정책도 공단의 몫이다. 새로운 형태일수록 수반되는 위험 요인도 새롭지만 기술적·제도적 경험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임금을 목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나 고용주가 불분명한 플랫폼 근로자는 산재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공단은 현장 중심의 기술 지도를 넘어 산재 빅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해 중대재해예방에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산업혁명 시대엔 안전보건 문제를 보완하고자 산재보험이 등장했듯이,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고 스마트 공장이 대중화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새로운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현재 플랫폼 근로자는 개인 사업자처럼 흩어져 있어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습니다. 이런 현실을 법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관련 빅데이터부터 취합해 국가적인 예방 대책을 세우려고 합니다.”
공단은 사회적 이슈 및 미래 대응체계 구축 기반 마련을 위해 내년에 전자산업 안전보건센터, 서비스산업 안전보건센터 등 관련 조직을 신설할 방침이다. 안전보건 실태를 조사하고 빅데이터를 구축해 사업의 기본 자료로 활용하는 작업을 벌인다. 이와 함께 공단은 연말에 조직 개편을 통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와 협조 체계를 구축한다. 기존 본부 중심의 광역 체제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효율적인 현장 중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박 이사장은 임기 내에 공단을 안전 보건 분야에선 국가 전체를 책임지는 기관으로 위상을 확실하게 정립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전기·가스 등 전문 분야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이 여럿 있지만, 안전 보건 분야에 종합적인 역량을 가진 기관은 안전보건공단이 유일합니다. 사업장뿐만 아니라 군에서도 안전 보건 교육 요청이 끊이질 않는 이유입니다. 임기 내에 안전 보건과 관련된 문제라면 누구나 가장 먼저 공단을 찾게 만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