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인선(사진)은 MBC 수목극 ‘내 뒤에 테리우스’(내뒤테)를 마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생애 첫 주인공을 맡아 올해 MBC에서 방송된 주중 미니시리즈 최고 시청률(10.5%)를 기록했으니 ‘성공’에 방점을 찍어도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촬영 시작 전부터 “열심히 하기 보다 잘해야 한다”는 뼈있는 격려를 받던 정인선에게 이 작품은 소중하면서도 무거웠다.
19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인선은 “큰 산 같은 작품이었는데, 믿고 맡겨 주신 분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드라마 속에서 ‘거슬리지 않는 존재가 되자’는 목표를 갖고 연기했다”며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고, 마치 몇 년치 운을 끌어다 쓴 것 같다”고 엄살을 부렸다.
정인선은 극 중 쌍둥이 육아 때문에 꿈을 포기한 경력단절 여성이자 싱글맘인 고애린을 연기했다. JTBC ‘마녀보감’과 ‘으라차차 와이키키’에 이어 이번에도 아이 엄마 역이었다. 올해 27세인 미혼 여배우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법하다. 그동안 드라마 속에서 돌본 아이만 5명이다. 스스로 “벌써 아이가 다섯”이라고 운을 뗀 정인선은 “‘혹시 결혼해서 이미 아이가 있는 거 아니냐?’는 댓글을 볼 때마다 뿌듯했다. 시청자들이 공감을 느낀다는 반응을 봤을 때 두 달 동안 체한 것 같은 감정이 한꺼번에 다 내려가더라”며 빙긋이 웃었다.
정인선은 자신을 지탱해 준 존재로 함께 호흡한 배우 소지섭을 꼽았다. 주연 배우의 무게가 버거울 때마다 ‘그 자리가 원래 그런 자리’라며 담백하게 격려하며 함께 대본 분석을 해주던 소지섭이 더없이 든든했다. 그는 ‘내 뒤에 테리우스’라는 제목에 빗대 “소지섭 선배님이 제 앞뒤 양옆 등 사방을 지켜준 느낌이었다”며 “사소한 부분까지 하나하나 신경쓰며 세련되게 현장을 지키는 모습을 보면 ‘선배님처럼 연기하면 배우로서 성공한 삶이 되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정인선은 ‘순풍산부인과’와 ‘매직키드 마수리’, 영화 ‘살인의 추억’ 등의 아역으로 먼저 얼굴을 알렸다. 워낙 유명세를 치른 터라 아직도 ‘아역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점차 아역 시절에 대한 여론과 언론의 질문과 궁금증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아쉬우면서도, 그가 성인 배우로 잘 성장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인선은 “그 소중한 순간들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다만 더 좋은 작품으로 정인선을 알리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며 “항상 ‘좋은 사람이 좋은 연기를 한다’는 마음을 갖고 먼저 좋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고 있다”고 당차게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