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기업’을 내다보며 71년째 가업(家業)을 이어온 국내 최장수 의류·패션기업 ‘독립문’이 매각된다. 장기간의 경기침체와 패션업계의 트렌드 변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경영환경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독립문은 지난 1947년 창업한 대성섬유공업사가 모태다. 독립운동가인 월암 김항복 선생이 자본금 1000만 원으로 회사를 세웠다. 가내수공업 형태로 만든 메리야스가 주된 취급 품목이었다. 이후 ‘독립문표 메리야스’를 국민 의류로 만들었고 ‘코뿔소 BI’가 상징인 PAT와 엘르 골프 등도 대표 상품으로 키워냈지만 끝내 좌절하고 말았다.
독일 경영학자 헤르만 사이먼이 만든 용어 ‘히든 챔피언’은 특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강소(强小)기업을 말한다. 독일엔 1300개나 있지만, 한국엔 23개뿐이다. 히든 챔피언은 대개 장수기업으로, 전체의 3분의 1이 창업 100년을 넘겼다. 창업 200년 이상의 장수기업만 해도 전 세계 57개국에서 모두 합쳐 7212개나 된다. 일본이 3113개, 독일 1563개, 프랑스 331개 등이지만 우리나라엔 단 한 곳도 없다. 100년이 넘은 장수기업은 일본엔 2만 개가 넘지만, 한국엔 두산·동화약품 등 고작 6개에 불과하다. 국내 1000대 기업의 평균수명은 27.2년으로 주기가 너무 짧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내년 2월까지 ‘명문(名門) 장수기업’을 공개 모집하고 있다. 45년 이상 기업을 운영해 온 중견·중소기업 중 경제·사회적 기여도가 높고 지속적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을 선정한다. 2016년 명문 장수기업 제도 시행 후 지금까지 동아연필㈜, 매일식품㈜ 등 10개사를 선정했다. 장수기업에 선정되면 정부는 연구·개발(R&D), 인력, 정책자금 등을 지원한다. 이번 주는 정부가 주최하는 ‘제1회 중견기업 주간’이기도 하다.
기업이 발전해야 국가도 발전한다. 특히 ‘9988’이란 말처럼 중소기업은 고용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기업 수로는 99%이고, 고용 인원의 88%를 차지한다. 또 중견기업, 대기업, 글로벌 기업으로 커가는 출발점이다. 한국형 히든 챔피언이 될 명문 장수기업이 많이 배출돼야 한국경제도 튼튼해질 수 있다. 정부의 직접 지원보다 규제 완화 등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이 더욱 중요하다. 자칫 과보호는 경쟁력 상실을 낳을 수도 있다. 강소기업이 많은 독일엔 정작 중소기업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