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산 뒤 신고 미끼 협박
울며 겨자먹기로 합의금 줘
업주들 “日처럼 쌍방처벌을”


미성년자에게 술·담배를 팔다 적발되면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을 받는 현행 법률을 악용해 편의점 점주들에게 돈을 뜯는 10대 청소년이 늘고 있다. 영업정지를 당하는 것보다 수십만 원의 합의금을 주고 입막음을 하는 편이 손해가 덜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경기도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 씨는 20일 “최근 자신이 미성년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찾아와 이 가게에서 술을 샀다며 신고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십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A 씨는 “누가 봐도 미성년자일 것 같지 않은 사람이 와 맥주 1병을 산 뒤 30분 뒤 다시 와서 아르바이트생에게 합의금 30만 원을 달라고 했다”며 “당황한 아르바이트생이 25만 원을 건넸는데, 다시 와서 40만 원을 재차 요구했다는 말을 들은 뒤 청소년보호법 위반을 감수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한 번 실수로 미성년자에게 술·담배를 팔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계속 팔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성종 한국세븐일레븐가맹점주협의회 공동대표는 “신분증으로 성인 여부를 확인하지만, 실수로 미성년자에게 한 번 팔게 되면 다음에 다시 와서 ‘지난번에도 신분증 없이 샀다. 팔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고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번지고 있다. 서울 노원 문화의 거리에서 만난 인모(18) 군은 “미성년자임을 숨기고 담배를 산 뒤 다시 가서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 테니 50만 원을 달라고 하는 친구들이 있다”고 전했다. 피해 사례들이 입소문을 타고 퍼지면서 업주, 아르바이트생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노원구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이모(21) 씨는 “점주가 이런 사례를 듣고 나한테 주의를 준 뒤 혹시 위조 신분증이 아닌지 다시 한 번 살펴보게 된다”고 말했다.

편의점 점주들은 “일방적으로 점주에게만 성인 여부를 확인할 책임을 떠넘기는 제도가 문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이 업주만 처벌하기에 발생하는 문제라는 주장이다. 이성종 대표는 “일본의 경우 미성년자가 술·담배를 사면 업주와 쌍방 처벌을 한다”며 “법을 악용하는 청소년들까지 보호해줄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중·고교에서 지식과 기능뿐만 아니라 태도와 가치관을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조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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