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 앞에서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의 회원들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들에 대한 탄핵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당 의원 등 자료 공개 요구 운영委, 찬반명단 제출 등 논의
법원 내부선 “왜 주저하나”비판 표결관련 규칙위반 지적도 나와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법관 탄핵 의안 표결과정에 대한 속기록과 찬반 명단 등을 공개할지를 놓고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한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 등 국회의원 5명이 자료 공개를 요구한 데 따른 움직임이다. 일각에서 ‘속기록을 익명화해 제출하자’는 얘기가 나오자, 법원 내부에서는 “동료 법관 탄핵을 찬성한 게 떳떳하다면 공개하라”는 비판이 거세다.
법관회의 운영위원회는 이날 내부망 등에 글을 올려 “지난 19일 열린 법관회의에 대해 기명으로 작성되고 있는 속기록과 관련해 제공하지 않을 것인지, 익명화해 제공할 것인지 등 문제가 있으니 여러 의견을 달라”면서 특히 “나아가 이번에 기존 속기록이 유출돼 기사화된 적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을 맡게 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 소속 배석판사가 지난 6월 법관회의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보도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문화일보 11월 16일 자 12면 참조) 법원 안팎에 따르면 주광덕 의원은 회의록과 속기록뿐만 아니라 탄핵 관련 의안에 대한 찬성·반대·기권 명단 등을 일제 제출할 것을 요구했는데, 법관회의 측은 “(특히) 주광덕 의원의 요구와 관련해 찬반 명단 및 발의자 명단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도 달라”고 한 뒤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는 “그렇게 떳떳하게 동료법관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는데, 왜 공개를 주저하느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한 판사는 “당일 법관회의에서 탄핵의안을 통과시킨 뒤 심지어 ‘찬반 명단을 폐기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고 한다”면서 “법원행정처 자료는 전부 기록으로 남겨두고 공개하라고 요구하면서 왜 본인들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서는 공개를 꺼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판사는 법리적 판단에 따른 판결문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두는 직업인데, ‘법관 탄핵이 검토돼야 한다’는 이번 판단에 대해서도 이름을 밝히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판사는 “결의안에 탄핵 대상 판사를 명시하지 않았으니 의원들 입장에서는 탄핵 요구 맥락에 대해 감을 잡기 위해서라도 속기록 등이 필요할 것”이라는 비판도 가했다.
이번 표결에 대해 법관회의 대법원규칙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규칙 제9조 제2항에 따르면 법관회의에서 의결을 요하는 경우에는 출석한 구성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돼 있다. 당일 법관회의 표결 참여 인원은 105명이었지만, 당초 참석 인원은 114명이었던 만큼 의결 과반 정족수는 57명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법관들이 규칙을 해석하지 못한 건지, 탄핵 의결에 급급해 규칙을 외면한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