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21일 개인정보의 보호 및 활용과 관련한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세 번째 규제혁신 행보를 정책과 입법으로 구체화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문 대통령이 인터넷 전문은행과 의료기기 관련 규제 현장 방문에 이어 지난 8월 말 ‘데이터 규제혁신’ 현장을 방문한 뒤 석 달 만의 일이다. 그간 주춤했던 혁신경제에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지만 경제 투 톱 교체 와중에도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가 오락가락하며 혁신경제의 동력이 많이 상실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회의 뒤 발표한 브리핑에 따르면 당정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로 불리는 개인정보 데이터를 산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동시에 개인정보의 유출이나 오남용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 의장은 “당정은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 사이의 균형과 조화를 통해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데이터를 가장 안전하게 잘 쓰는 나라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식별화한 가명정보를 통계 작성이나 과학적 연구에 활용하도록 한 방안,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 데이터 산업) 등 새로운 금융 분야 데이터 산업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산업계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한 부분이다.
당정은 수차례 비공개 당정을 거쳐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보호법 등 개인정보 보호 관련 규제 3법 개정안을 마련해 발의까지는 마친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르면 정기국회 내 3법 모두 처리하도록 야당과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의 반대가 예상되지만 민주당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도 충분히 담은 만큼 법안 처리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이 이날 당정을 계기로 혁신경제와 규제 개혁 쪽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개인정보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 뒤 80일 넘게 지난 뒤에야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는 등 규제 개혁 관련 여권의 움직임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며 상대적으로 혁신경제를 추진할 여력을 잃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내용이 워낙 방대하고 부처 간에도 많은 이견과 입장차가 있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