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제주지역 아동 후원과 함께 해외 기부에도 신경 쓰고 있는 김봉상(오른쪽) ㈜진산 대표가 부인 최금옥 씨와 함께 사회공헌 의지를 다짐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제주지역 아동 후원과 함께 해외 기부에도 신경 쓰고 있는 김봉상(오른쪽) ㈜진산 대표가 부인 최금옥 씨와 함께 사회공헌 의지를 다짐하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김봉상 ㈜진산 대표

20년째 매월‘초록우산’후원
겨울엔 양로원 난방비 지원

작년부터 방글라데시 봉사
11개 학교 화장실 개·보수

이젠 부인 이어 딸도 동참
“나눔은 받은만큼 돌려주는 것”


“저보다 훌륭한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제가 신문에 나가도 되는 건가요? 허허.”

박봉의 공직에 있으면서도 어려운 이웃에 차비를 주고 때론 걸인(乞人)과 겸상도 마다치 않던 부친의 ‘나눔’에 대한 가르침을 고희(古稀) 넘어서까지 직접 실천하고 있는 중소기업인이 있다. 오늘날 자신이 있기까지 도움을 준 주위에 보답하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이 돋보이는 김봉상(71) ㈜진산 대표의 사연이다. 그는 매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소외된 어린이를 정기 후원하는가 하면, 양로원도 명절 때마다 찾아 용돈과 물품을 전달한다. 사업분야인 지하수 개발의 장점을 살려 개발도상국 학생들을 위해 ‘생명수’나 마찬가지인 식수도 지원한다. 김 대표는 문화일보의 인터뷰 요청에 이처럼 겸양해하다가 말문을 열었다.


“제가 이만큼 자리를 잡고 성장한 것은 주변 분들이 정말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봐요. 나눔이란 제가 받은 걸 돌려주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굳히게 된 배경이죠. 유년시절 부친께서 보여주신 주위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또 다른 어려운 이들에 관한 애정을 키우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미력하지만 사회공헌이란 걸 하게 된 원천이지요.”

부산이 고향인 김 대표의 부친은 동래구 온천동사무소 사무장이었다. 많지 않은 급여로 김 대표를 포함해 6남매를 키웠다. 그렇다 보니 당시 국민학교(초등학교) 때 육성회비를 못 내 점심시간에 집으로 쫓겨난 기억도 있다. 그 상황에서도 그의 부친은 어려운 이웃을 보면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낯선 이들이 동사무소에 차비나 먹을 게 없어 찾아 왔다가 문이 잠겨 있으면 동사무소 뒤 관사 문을 두드렸다. 가족과 함께 관사에 거주했던 부친은 그럴 때마다 함께 식사하고 차비를 쥐여 주곤 했다. 김 대표는 “어릴 때는 ‘우리도 생활 형편이 어려운데 아버지가 왜 그럴까’ 하고 이해하지 못했다”며 “심지어 나중에 공무원은 하지 말자는 다짐까지 하곤 했는데 커서 보니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성장하고 묵언(默言)의 가르침을 받았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학군장교 8기로 군 복무를 했기 때문인지 지금도 강한 체력이 돋보이는 김 대표가 1992년 창업한 진산은 기술용역 및 전문건설업종으로 지하 공간 조사·개발 전문 업체다. 지금은 제주도에서 손꼽는 기술력과 장비를 갖추고 지하수 개발을 가장 많이 하는 업체로 탄탄하게 성장했다. 제주와의 인연은 앞서 1988년 대한항공의 제주광천수 개발공사를 맡은 업체의 현장소장으로 일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지진 및 지반기술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4년 후 제주에 정착하기로 한 후 회사를 차렸고 적지 않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경영 궤도에 올렸다. 이때부터 아버지의 철학을 실천하고 사업 정착 과정에서 도움을 준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나눔 활동에 나섰다. 1995년 제주 오라동사무소를 찾아가 어려운 환경에 처한 어린이들을 만났다. 동사무소 직원의 소개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전신인 한국복지재단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년 넘게 매월 20만 원씩 정기후원을 하고 있다. 오라초등학교와는 급식 결연을 하고 아이들을 위해 급식비를 지원한다. 연말이면 아이들이 감사편지를 보내오는데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정성껏 쓴 글귀를 읽노라면 마음 한쪽이 뿌듯하게 차오르는 느낌을 억누를 수 없단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주후원회 부회장도 맡아 도내의 소외가정 아동들에게 경제적, 정서적으로 물심양면 후원을 해왔다.

김 대표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주위의 노인들도 살뜰히 보살피고 있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경제적으로 궁핍한 이들이 더러 부모를 방치하고 떠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후 도움을 줄 방법을 찾다가 ‘묘안’을 찾았다. 어린 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워 용돈이 궁했는데 세뱃돈을 받으면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려 매년 명절이면 자신이 운영위원을 맡고 있기도 한 제주양로원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용돈을 전달한다. 겨울철이면 난방비도 지원한다.

“그분들이 그렇다고 자식이 누구라고 절대 밝히지 않습니다. 착잡하겠지만, 마지막까지 자식 사랑하는 마음이 교차하기 때문이란 생각도 들더라고요. 매년 찾아가는데 저를 기다리고 있어요. 고맙다고 두 손을 꼭 잡으면서요. 어떤 분들은 고향에 갔다 왔다고 고등어를 들고 오기도 하고, 연말이면 연하장을 보내 주시기도 합니다. 돈 액수를 떠나 찾아 준 것 자체를 고맙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갔다 오면 제 기분이 오히려 좋아져요.”

그는 지난해에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해외 봉사에도 눈을 돌렸다. 방글라데시의 식수 지원을 위해 1억 원의 후원금을 쾌척했다. 방글라데시의 어린 학생들이 수인성 질병에 많이 걸리는 데다, 딸 같은 어린 여학생들이 학교에 화장실이 없어 일부러 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서다. 덕분에 11개 현지 학교는 식수 및 화장실 개보수 공사를 하고 있다. 인터뷰하던 날 방글라데시에서 고마운 마음을 담아 완공 시점인 내년 3월쯤 방문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앞으로도 여러 국가에 지원을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김 대표의 부인과 딸 둘은 아버지의 선한 마음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귀띔했다. 부인인 최금옥(62) 씨도 서울에 거주할 때는 불우이웃 지원 모임에 정기적으로 나갔다. 김 대표와 함께 제주에 정착한 후 지리적 여건 때문에 발길이 뜸해진 것을 지금까지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부창부수(夫唱婦隨)’다. 아버지의 선행이 다시 아들인 김 대표에게 이어지고 며느리, 손녀에게도 ‘기부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선순환이 가풍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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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우리, 행복한 어린이 ’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이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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