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려賞 김민지

할머니, 할아버지! 항상 부모님께만 편지를 쓰다가 아마 처음으로 쓰는 편지일 거야. 어렸을 때는 많이 했던 말이 ‘사랑해’인데 점점 커가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은 더 커져만 가도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이렇게 글로 써보려 해.

갑자기 그때 생각이 나. 내 생일 전날 할아버지네 집에 불이 났었잖아. 할아버지는 머리 부분에 약간 화상을 입었고, 집은 다 불타고 할머니는 애써 걱정 안 시키려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하셨던 날, 우리 집에서 몇 달 지내는데 할아버지가 우리 생일 때면 만 원씩 줬었잖아. 그날은 불나고 신발도 못 신고 나올 만큼 아무것도 없는데 주머니 속에 있던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한 장 꺼내서 손에 쥐여주면서 생일 축하한다고 말해 줬을 때 그날 진짜 할아버지가 우리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랑하는지, 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더 크게 더 많이 할아버지 마음을 알 수 있었던 것 같아. 나 그날 학교 가서 많이 울었거든.

난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손녀, 손자를 사랑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 너무 존경하고 감사해.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겉으로 티를 내진 않지만 할머니가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사갈게’ 하는 전화 한 통, 집에 올 때 손에 들린 우리 옷과 양말을 보면 우리를 사랑하는 걸 느껴. 항상 나를 위해서 기도해주는 할머니처럼 나도 이제 할머니를 위해서 항상 기도할게. 할머니,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 존경하는 마음, 고마워하는 마음, 미안해하는 마음은 잘 전달됐을 거라 생각할게. 외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입관식에서조차 사랑한다고 말 한 번 하지 못한 게 많이 후회스러워.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한테는 후회 없이 많이 하려고. 부끄럽겠지만 용기 내서!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랑 할머니는 그냥 활짝 웃어줘. 할머니 몸에 화상도 너무 많고 무릎도 안 좋잖아. 이제 일 줄이고 조심해야 해. 할아버지 담배 확실히 그만 피우고! 운동 많이 해. 건강 챙겨야지. 오래오래 지금처럼. 고마워 사랑해, 진짜 많이.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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