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스위, 증권社 대표 등 만나
“시장 오도하면 안돼” 압박도
일부 자기수양제안서에 서명
외신“中 양면적 태도 드러나”
중국 당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실물경제 둔화와 금융시장 위축 등의 위기를 겪으면서 경제 전문가들에게 “공산당의 노선을 따르라”며 비관적 경제 전망을 내놓지 말라고 압박을 가해 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국에서는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국유기업보다는 중소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블룸버그 통신과 CNBC 등에 따르면, 류스위(劉士余)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은 이달 초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30여 개 증권, 펀드 업체 대표들을 만나 “이코노미스트들이 보고서를 펴낼 때 시장 참여자들을 오도하지 않도록 공산당과 국가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무역전쟁에 따른 부정적 여파를 보고서에 담지 말라고 지시한 셈이다. 올해 들어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중국 증시는 20% 이상 급락했으며, 위안화 환율은 1달러당 7위안에 육박하는 등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이에 따라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중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각종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어 중국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회동 이후인 지난 16일 중국증권협회(SAC)는 선임 이코노미스트들이 ‘수석 이코노미스트 자기 수양 제안서(Self-Discipline Proposal)’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이 제안서가 류 주석의 훈계를 공식적으로 다듬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증권시장을 외국 기업에 더 많이 개방하면서도 자국 경제에 대한 인식을 계속 조작하고 싶어 하는 중국의 양면적 태도가 이번 조치에서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무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어두운 경제 전망을 담은 보고서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인내심은 앞으로 몇 달간 더욱 큰 시험에 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소식통들은 중국 에센스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가오샨웬이 올해 5월, 6월 한 차례씩 중국 경제에 대해 연설한 뒤로 중국 당국이 보고서에 더 민감해졌다고 전했다. 가오샨웬은 당시 연설에서 “미·중 관계가 1972년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라며 “중국이 시도하는 부채 감축 노력은 마취 없이 수술을 강행하는 꼴”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무역전쟁 격화로 중국 중소기업들이 큰 어려움에 부닥치면서 정부가 친(親)국유기업 정책에서 민영기업 중시로 정책을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CNBC는 프랑스 무역신용보험회사 코페이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에서 소기업들은 중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글로벌 공급 체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중국 당국의 ‘부채 감축 전쟁’으로 대출을 받지 못해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들의 은행 대출이 좌절되고 ‘그림자금융’을 통한 융통도 힘들어지면서 금융시장에서 차단당해 인력도 구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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