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DB 거액자금유용 과정서
前 고위경영진들에 뇌물제공”
골드만삭스 “이의 제기할 것”


아부다비 국부펀드인 국제석유투자회사(IPIC)가 말레이시아 국영투자사 1MDB(1말레이시아 개발회사)의 거액 자금유용 스캔들을 놓고 골드만삭스와 법정공방을 벌이게 됐다. 중동의 대표적 유명 국부펀드와 세계 최대 투자은행(IB) 간에 벌어지는 국제 소송전의 승자가 누가 될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IPIC는 이날 뉴욕법원에 골드만삭스가 1MDB의 거액 자금유용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고 IPIC의 전 고위 경영진들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1MDB의 투자파트너였던 IPIC는 고소장에서 “골드만삭스는 다른 이들과 함께 음모를 꾸며 IPIC와 자회사 아바르의 전직 임원들을 매수했다”고 밝혔다. IPIC의 고소에 대해 골드만삭스 측은 “우리는 의혹의 세부사항을 평가하는 과정에 있으며 이 주장(고소)에 대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MDB의 채권 발행 및 매각에 참여했던 골드만삭스는 채권 발행에 따른 수익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지 못했으며 해당 사건은 개인의 일탈 행위일 뿐이라며 수사당국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 1일 미 법무부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골드만삭스 전 임직원 2명과 나집 라작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측근인 금융인 로 택 조를 기소했다. 기소된 팀 라이스너(48) 전 골드만삭스 동남아 사업 대표는 1MDB와 관련된 자금을 세탁했고 골드만삭스가 1MDB 프로젝트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말레이시아와 아부다비 측 고위 관료들에게 뇌물을 건네는 등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위반한 혐의를 인정했다. 같은 날 말레이시아에서 체포된 라이스너의 부하직원 응 총 화(51)도 1MDB 자금을 횡령하고 일부를 뇌물을 건네는 데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1MDB 스캔들이 계속 확산할 경우 골드만삭스의 은행 업무까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아부다비 국부펀드가 오랜 기간 자금을 위탁해 온 골드만삭스에 등을 돌릴 경우 다른 중동 국가들의 막대한 ‘오일 머니’도 골드만삭스에서 다른 IB로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1MDB는 나집 전 총리가 세운 국영투자사로 말레이시아 정·재계를 뒤흔든 천문학적 자금유용 스캔들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나집 전 총리와 측근들은 지난 2009년 국내외 자본 유치 및 경제개발 사업을 위해 설립된 1MDB를 통해 모두 45억 달러(약 5조805억 원)를 돈세탁한 뒤 미국, 스위스 등 계좌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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