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의 이름이 큼지막하게 쓰인 신년 ‘벽걸이 달력’ 시대는 스타벅스를 필두로 한 ‘커피숍 다이어리’ 광풍에 소리소문없이 저물었다. 하지만 이제 ‘맥주 달력’을 비롯해 ‘화장품 달력’ ‘성인용품 달력’ ‘다이아몬드 달력’ 등 이용자가 바라는 모든 것이 담긴 일명 ‘어드벤트 캘린더(advent calendar)’가 달력시장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22일 BBC 등에 따르면 최근 영국에서는 날짜를 보기 위한 달력이 아닌 러키박스(일련의 상품이 담긴 상자를 내용물을 모른 채 일정 금액을 내고 구매하는 것)식 어드벤트 캘린더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일명 ‘재림절 달력’이라 불리는 어드벤트 캘린더는 종이에 날짜만 적힌 전통적 방식의 달력과는 모양새부터 다르다. 날짜별로 칸칸이 구분된 일종의 선물상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크리스마스까지 4주 정도를 일컫는 재림절 기간 동안 매일 한 장씩 넘기거나 열어보면, 그날을 위한 깜짝 선물을 받게 되는 식이다.
언뜻 들으면 어린이들을 위한 초콜릿 정도가 들어 있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어드벤트 캘린더는 어른들에게 더 인기다. 단돈 몇 달러에서 400만 달러(약 45억1400만 원)까지 가격대도 다양하고 내용물도 화장품부터 성인용품까지 어마어마하다. 영국 유명 드러그스토어 브랜드 부츠(Boots)는 어드벤트 캘린더의 대명사다. 크리스마스까지 25개 날짜가 적힌 넘버7 뷰티 캘린더 상자의 칸칸에는 기초화장품부터 립스틱까지 다채로운 상품이 들어 있다.(사진) 가격은 온라인 기준 약 10~90파운드(약 1만4000~13만4000원)다. 부츠는 이번 어드벤트 캘린더를 구매하기 위해 9만 명이 대기했고 판매 시작 이틀 만에 재고가 모두 소진됐다고 밝혔다.
올해 가장 비싼 어드벤트 캘린더는 호주 시드니의 ‘몬디알 핑크 다이아몬드 아틀리에’가 선보일 예정이다. 가격은 무려 400만 달러에 이른다. 장인이 직접 수공예로 호주산 목재를 사용해 상자를 만들고 선물은 아틀리에에서 선별한 보석 등으로 구성했다.
사실 어드벤트 캘린더의 묘미는 선뜻 구매하기 망설여지는 제품들을 종류별로 체험해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세인즈버리의 진(Gin) 달력이 대표적인 예다. 60파운드(8만6000원)만 내면 24종류의 프리미엄 진을 미니어처 사이즈로 즐길 수 있다. 어니스트 브루의 맥주 달력도 마찬가지다. 15개의 서로 다른 맥주가 날짜별로 한 병씩 들어 있다. 소비자 조사업체 ‘새비(Savvy)’ 관계자에 따르면 이 달력들은 타인보다는 자신을 위한 선물용으로 많이 팔리고 있다. 특히 1980~1990년대 태어난 밀레니얼들이 어릴 적 ‘초콜릿 상자’와 같은 향수 때문에 어드벤트 캘린더에 열광한다는 분석이다.
물론 ‘가격 값을 못한다’ ‘전형적인 상술’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르다 보니 자신과 전혀 맞지 않는 상품이 나올 때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드벤트 캘린더 애호가들은 단호히 고개를 젓는다. 선물은 쓰는 것보다 ‘푸는 재미’라는 것이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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