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치’와 ‘흑어(黑魚)’ ‘갈치’와 ‘도어(刀魚)’ ‘날치’와 ‘비어(飛魚)’는 같은 물고기를 지시하는 고유어와 한자어 쌍이다. 이들 쌍은 고유어가 한자어보다 우세하게 쓰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넙치’와 ‘광어(廣魚)’의 경우는 그 반대여서 특별하다. ‘넙치회’가 어색한 것만 보아도 ‘광어’의 세력을 짐작할 수 있다.

고유어 ‘넙치’는 18세기 문헌에서야 확인되나 그렇다고 이것이 18세기부터 쓰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아마도 그 이전부터 쓰였을 것이고, 초기 어형은 ‘넙티’였을 것이다. ‘가물치’가 ‘가믈티’로, ‘갈치’가 ‘갈티’로 소급하듯, ‘넙치’가 ‘넙티’로 소급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넙치’는 ‘넙티’의 구개음화 어형이다.

‘넙티’는 형용사 어간 ‘넙-’과 명사 ‘티(또는 접미사 ‘-티’)’가 결합된 어형이다. 형용사 ‘넙다’는 ‘廣’의 뜻인데, 이는 18세기 이후 ‘넓다’로 대체돼 지금은 쓰이지 않는다. ‘넙-’의 흔적이 ‘넙치’를 비롯해 ‘넙창(大腸), 넙골(넓은 골짜기), 넙내(넓은 내)’ 등에서 확인된다. ‘티’에 대해서는 일찍이 방종현 선생께서 물고기의 세골(細骨), 곧 ‘가시’를 의미한 것에서 기인해 ‘어류(魚類)’ 및 ‘뱀, 뱀장어’와 같은 종류를 대표하게 된 명칭으로 추정한 바 있다. ‘티’가 주로 비늘이 없고 가시가 있는 물고기에 결합한다는 점에서 보면 아주 무시할 수 없는 설명이지만, 이것이 정말 ‘가시’를 뜻하다가 ‘물고기’를 지시하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티’를 넓게 보아 ‘가시가 있는 물고기’로 해석해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넙티’, 곧 ‘넙치’는 ‘몸통이 넓은, 가시가 있는 물고기’로 해석된다.

실제 ‘넙치’는 위아래로 넓적한 긴 타원형이다. ‘廣魚’라는 한자어와 ‘넙치가 되도록 맞다(몹시 얻어맞다)’라는 관용구를 통해서도 ‘넙치’가 어떤 형상의 물고기인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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