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2일 내놓은 3분기 가계동향(소득부문)은 소득주도성장의 파탄을 거듭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 무리한 근로시간 단축, 천문학적 재정 투입이 ‘성장’을 견인하긴커녕 2%대 저성장 고착화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저소득층 일자리와 가계 소득은 급감했고, 정부 지원 등 이전소득이 근로소득을 앞질렀다는 사실이다. 취약계층에 대해 돈 벌어 자립할 기회는 없애고 구휼(救恤)에 기대라는 식 아닌가.

이미 수많은 전문가가 이런 결과를 예견했지만 정부는 마이동풍이었다. 통계청의 이번 지표들은 예견된 파탄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뿐이다. 하위 20%인 1분위 가구 소득은 1년 전보다 7.0% 줄었다. 1분기(-8.0%), 2분기(-7.6%)보다 낮지만, 3분기 기준으론 사상 최악이다. 빈부 격차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도 5.52로 2007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이런 소득 참사는 고용 참사와 동전의 양면이다. 특히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무려 22.6% 급감했다. 가구당 취업자 수가 16.2% 감소한 여파다. 사업소득에선 1·2분위는 물론, 소득 40∼60%인 3분위마저 10% 넘게 줄었다. 최저임금 고율 인상이 자영업자를 덮친 결과일 것이다.

정부 보조금·수당과 연금 등 이전소득은 전 가구 평균이 22.8%나 늘어 역대 최고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일자리에만 54조 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다 보니 1분위 가구 월평균 이전소득(60만4700원)이 근로소득(47만8900만 원)을 훌쩍 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소득주도 아닌 세금주도였음이 여실하다. 저소득층 일자리 없애고, 정부 의존(依存)을 키우면서, 소득 감소는 막지 못한 재난이다.

세금·보험료·이자 등 비소비지출은 1년 새 86만4000원에서 106만5000원으로 급증하며 사상 처음 100만 원을 넘었다. 이런 부담이 불어나면서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가처분 소득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소득과 소비의 연결고리도 끊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상승 여파로 생활물가는 오르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속도 조절을 권하는데, 청와대는 그대로 가겠다고 한다. 그럴수록 저소득층의 고통부터 더욱 키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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