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관련 사업 준비할것”
씨름(사진)이 사상 처음으로 ‘남북 공동’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됨으로써 세계유산 사업에서 남북 교류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체육계에선 내년 설맞이 남북 통일씨름대회에 개최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등장했다. 비인기 종목으로 추락한 씨름 열기가 다시 부활할 수 있을지 여부도 이번 등재를 계기로 관심사가 됐다.
앞서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 위원회는 26일 모리셔스에서 개막한 제13차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한국과 북한이 각각 신청한 씨름을 한데 묶어 공동 등재했다. 씨름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류무형문화유산·세계기록유산을 통틀어 남북이 함께 등재한 첫 사례다. 정식 명칭은 ‘씨름, 한국의 전통 레슬링’(Traditional Korean Wrestling, Ssirum/Ssireum).
남과 북의 씨름이 함께 유네스코에 이름을 올리며 남북이 각각 등재한 아리랑과 김장문화를 공동 등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또 이번 등재를 계기로 남북이 무형문화재를 함께 조사하면, 공동 등재 대상을 적지 않게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세계유산 분야에서 공동 등재 추진 시 비무장지대(DMZ)가 1순위로 꼽힌다. 한반도 허리를 가르는 4㎞ 폭의 DMZ는 한국전쟁 이후 인간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아 생태계가 보존됐다는 점에서 자연유산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9년 세계유산이 된 ‘조선왕릉’ 확장 등재도 검토할 만하다. 세계유산에 포함된 조선왕릉은 남한에 있는 무덤 40기로, 북한 개성에 있는 무덤 2기는 제외됐다. 태조 첫째 부인 신의왕후가 묻힌 제릉(齊陵)과 제2대 임금인 정종과 정안왕후가 잠든 후릉(厚陵)이 현재 북한에 있다.
세계기록유산도 남북 교류와 공동 등재의 가능성이 충분하다. 지난해 북한은 첫 세계기록유산으로 조선 후기 무예교본인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를 등재했다. 국내에도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한국학중앙연구원·국립중앙도서관에 동일한 책이 있다. 문화재청은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유산 공동 등재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며 “차근차근 관련 사업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공동 등재는 한반도 평화 구축을 지지하는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지원하는 등, 남북 관계 진전을 바라는 유네스코 측이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비핵화 논의 답보로 남북 관계 진전이 없다면 문화유산 교류도 지체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일고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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