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가 답 잘 지도해줬나”
시험 다음날 메시지 전송
응시생들 제보자 색출하며
채팅방서 당일 말맞추기도

교육부는 현장 점검 나서


부산 A 전문대학 한자자격시험 부정행위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시험 중 답안을 공유한 단체 채팅방에 해당 학과 교수도 포함됐던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단체로 부정행위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문화일보 11월 26일 자 1·4면 보도) 이 담당 교수는 시험이 끝난 뒤 채팅방에 ‘시험 잘 봤냐’ ‘교수가 답 지도해 주셨나’ 등의 메시지를 전송했다. 해당 학과 학생들은 시험 주최 측의 부정행위 전수조사가 시작되자 서로 입을 맞추며 제보자를 색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자자격시험 응시생들에 따르면, 지난 24일 같은 학과 61명의 학생이 A 대학에서 치른 등록 민간자격 한자시험에서 답안 공유를 사전에 논의했으며, 주관식 답안 등을 공유한 채팅방에 해당 학과의 B 교수도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시험이 끝난 다음 날인 25일 오후 이 채팅방에 “어제 한자시험 잘 쳤나? C 교수님이 답 지도해주심?” “정답 지도 안 해주셨어?” “시험 친다고 수고했다” 등의 메시지를 전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B 교수는 “시험 시작 시간도 몰랐고 부정행위가 있었는지도 몰랐다”고 밝혔다. C 교수는 “당일 인력이 부족해 물리적으로 떨어진 두 개 고사장의 감독을 도왔고, 시험 장소만 제공했을 뿐 감독 책임은 시험 주최 측에 있지 제 임무가 아니었다”며 “학생들에게 시험 전 ‘똑바로 시험을 보라’고 주의를 시켰으며, 직접 부정행위를 목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답 지도는 들어보지도 못한 얘긴데, 시험 본 내용에 대한 문제풀이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관련 보도 이후 부정행위 조사가 시작되자 제보자들을 찾고 있으며, 서로 입을 맞춘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한 학생은 이 채팅방에서 “02로 시작하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시험 시간을 지켰고 감독관 자리 이탈 없이 시험 내내 고사장에 있었다고 말하세요” “상식적으로 유도리(융통성) 있게 대답하면 됩니다”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시험 주최 측이 부정행위 여부를 26일 응시생들에게 확인하자 ‘부정행위는 없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 주최 측은 경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시험 주최 측 관계자는 “감독관이 1초라도 자리를 비운 것은 큰 잘못”이라며 “해당 고사장 시험을 무효로 처리하고 응시료를 전액 환급하겠다”고 말했다. 응시자 중 원하는 이들에 한해 공정히 재시험을 시행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시험 부정행위에 대한 소문이 기존에도 있었는데, 교수·학생과 지역시험 책임자 등을 상대로 부정행위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현장 지도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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