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시시피주의 상원의원 최종 결선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26일 빌럭시에서 신디 하이드스미스 공화당 후보를 위해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시시피주의 상원의원 최종 결선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26일 빌럭시에서 신디 하이드스미스 공화당 후보를 위해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美 중간선거 이후… 양당의 ‘2色 행보’

- 공화당
‘트럼프 키드’ 대규모 당선되고
소원했던 인사들과 관계 해소
반대세력은 경선서 대거 탈락

선거뒤 내각교체로 체제 강화
켈리·닐슨·매티스 옷 벗을 듯

- 민주당
8년만에 ‘하원 다수당’ 됐지만
진보 - 중도파 갈려 균열 조짐
기후변화·의료비 등 당내충돌

펠로시 하원의장 출마 놓고도
중도성향 당선자 반대 목소리


전 세계의 시선이 ‘11·6 중간선거’ 이후의 미국 권력 지형에 다시 집중되고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면서 역대 미국의 행정부 행보와는 확연하게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계속 국정 장악력을 강력하게 쥐고 나아갈지, 아니면 힘이 빠질지 여부에 따라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무역전쟁을 진행 중이고,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국가들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티격태격하고 있다. 하지만 워싱턴 정계는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했지만 진보 색채 강화, 성적 소수자 옹호 등으로 미국민들의 마음을 부여잡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29세로 최연소 미국 하원의원에 당선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테즈(민주·뉴욕) 당선자다.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오카시오코테즈 당선자는 중간선거 직후 당선자 오리엔테이션 참가차 워싱턴DC에 와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인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의원에게 100% 재생에너지 사용 법안 마련을 위한 특별위원회 설립을 요구했다. 하지만 100% 재생에너지 사용은 민주당도 받아들이기 힘든 이슈다.

1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장이었던 미국 중간선거에서 상원은 공화당이 수성에 성공한 반면, 하원은 민주당이 8년 만에 다수당 지위를 탈환했다. 그동안 미국 의회 선거의 승패는 하원 승패를 놓고 판단해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선거 이후 두 당의 흐름을 보면 중간선거 승패와 정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세력이 재편되면서 구심력이 강화되는 모습인 반면, 민주당은 선거 승리에도 불구하고 내부 불안요인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면서 원심력이 커지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 친정체제 강화 = 27일 선거분석사이트 밸럿피디아(Ballotpedia)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중간선거(본선 진출자)에서 상원의원 후보 21명, 하원의원 후보 49명, 주지사 후보 18명에 대해 지지를 선언했다. 이 가운데 상원의원은 마이크 브라운(인디애나) 후보가 현역의원인 민주당의 조 도넬리 후보를 꺾고 승리하는 등 10명이 당선됐다. 어느 후보도 과반수를 얻지 못할 경우 결선투표(27일)를 치르도록 한 미시시피주에서 신디 하이드스미스 후보가 승리하면 상원의원은 지지후보 21명 중 11명이 당선되게 된다.

하원의원의 경우 목사 출신 마크 해리스(노스캐롤라이나) 당선자를 비롯해 29명이 하원 입성에 성공했다. 주지사는 론 드샌티스 후보가 플로리다주에서 당선되는 등 10명이 주지사 자리를 차지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내 경선 때부터 공화당 내 반대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인사들이거나 과거 소원했던 사이를 해소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은 인사들이다. 이른바 ‘트럼프 키드’들이다. 실제로 해리스 당선자는 당내 경선에서 로버트 피텐저 의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협조적 인사라고 공격해 패배를 안겼다. 드샌티스 당선자는 지난 1년간 트럼프 대통령이 애청하는 폭스뉴스에 93회나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 정책을 지지해온 친트럼프 인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악력이 강화될 조짐은 공화당 상·하원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14일 열린 공화당 비공개회의에서 상원 원내대표에는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의원이 재선출됐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소원한 사이였지만 중간선거를 앞두고 관계를 회복한 상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브렛 캐버노 연방 대법관의 상원 인준을 성추문 의혹에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해졌다. 하원 원내대표 역시 2016년 대선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이 재선출됐다. 그는 14일 원내대표 투표에서 공화당 내 강경 그룹 ‘프리덤 코커스’ 창립자인 짐 조던(오하이오) 하원의원에게 159대 43으로 압승을 거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카시 원내대표를 “나의 케빈”이라 부르며 친밀함을 과시해왔으며 이번 중간선거에서 지지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내각 교체를 통해 행정부 내 친정 체제를 강화할 움직임도 보인다. 그는 중간선거 다음 날인 7일 러시아 스캔들(러시아의 2016년 대선개입 의혹) 특별수사 불개입 선언으로 소원해진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또 18일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최대 5자리를 교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교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은 존 켈리 비서실장과 그의 측근인 키어스천 닐슨 국토안보장관이 거론된다. 두 사람은 캐러밴(중미 이민자 행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대응 방침에 반대하는 등 국정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구상 등을 반대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교체설이 제기되는 인사다.

◇급진파와 중도파 간 갈등 조짐을 보이는 민주당 = 하원을 빼앗긴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는 모습인 반면, 민주당은 하원 승리에도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27일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번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빅 텐트’를 쳤다.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오카시오코테즈 당선자, 최초의 무슬림 하원의원이 된 일한 오마르(미네소타) 당선자와 라시다 탈리브(미시간) 당선자, 최초의 여성 원주민 하원의원이자 레즈비언인 샤리스 데이비스(캔자스) 당선자 등 진보 색채가 강한 인사들을 대거 합류시켰다.

NYT는 이러한 진보인사들이 민주당의 새로운 스타가 되면서 당에 많은 에너지를 불어 넣어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진보인사들보다 중도적 후보들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더 의미 있는 승리를 거뒀다. ‘저스티스 데모크랫’이 지지한 진보성향 후보자 61명 중 당선된 인사는 11명에 그쳤다. 반면 민주당이 공화당으로부터 빼앗은 하원 지역구 중 23곳이 중도후보들이 얻어낸 것이다.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작전 장교 출신 애비게일 스팬버거(버지니아) 당선자와 국방부 차관보 출신 엘리사 슬롯킨(미시간) 당선자가 대표적 인물이다.

이처럼 민주당 중도인사들이 적지에서 승리한 것은 민주당 지지자 중 상당수가 중도파라는 점에 있다. AP 보트캐스트(VoteCast)가 유권자 9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투표자 중 51%만이 자신을 진보적이라고 답한 반면 41%는 자신을 중도적이라고 응답했다. 이에 반해 공화당은 스펙트럼이 오른쪽으로 더 기운 모습을 보였다. 공화당 투표자 중 67%가 자신을 보수적으로 평가했고 중도적이라는 답은 27%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장악력이 높아지는 배경이자, 민주당이 진보색 강한 후보와 중도후보를 함께 모아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다. NYT는 민주당이 떠오르는 진보세력과 중간선거에서 성과를 거둔 중도세력 간 내전을 피한다면 표의 확장성 덕에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재선을 막을 좋은 기회를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당에 힘과 돈을 몰아넣는다며 2020년에 좌측으로 움직이면 중도 지지층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이번 중간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 미시간을 공화당에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오카시오코테즈 당선자의 시위대 합류 사건처럼 진보성향 당선자들이 개별 행동 조짐을 보이면서 기후변화와 소득불균형, 의료비 등 각종 주요 정책을 놓고 당내 중도성향 의원들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지도부 구성에서는 중도성향 의원들의 반발로 애를 먹고 있다. 민주당은 14일 상원 원내대표로 척 슈머(뉴욕) 상원의원을 재선출했다. 그러나 다수당을 탈환하면서 차지하게 된 하원의장 후보는 결정하지 못했다. 17선인 펠로시 원내대표가 유력한 가운데 28일 지도부 선거에서 하원의장 후보를 선출하기로 했지만 중도성향 인사들이 반대하고 있다. 조 커닝햄(사우스캐롤라이나), 벤 매캐덤스(유타) 등 하원의원 당선자 16명은 “나라와 당을 위한 펠로시의 봉사에 감사한다”면서도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의 변화 메시지를 들고 출마했고 승리했다”며 펠로시 원내대표의 하원의장 출마를 반대하는 서한을 발표했다. 이들은 민주당 당내 경선뿐 아니라 하원 전체 투표에서도 반대투표를 한다는 방침이다. WP는 중도성향 당선자들의 펠로시 원내대표 하원의장 출마 반대는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펠로시 원내대표가 당을 지나치게 좌측으로 몰고 갈지 모른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오카시오코테즈 당선자 등 진보성향 당선자들은 펠로시 원내대표를 ‘진정한 진보주의자’라고 부르며 하원의장 출마를 지지하고 있다. 펠로시 원내대표를 등에 업고 당의 의제를 좌측으로 가져가려는 전략이다.

펠로시 원내대표에 대한 당내 반대에는 민주당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깔려있다. 유권자들이 78세 고령의 펠로시 원내대표를 통해 민주당의 미래를 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반(反) 펠로시 목소리는 펠로시 원내대표와 함께 하원 지도부 3인방으로 불리는 스테니 호이어(79) 하원 원내총무, 제임스 클리번(78) 원내 부대표 등을 겨냥한 지도부 세대교체 주장인 셈이다.

민주당은 혼란을 보이는 당을 하나로 묶기 위해 내년 초 새 의회 회기 시작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 관련 조사에 당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하원 정보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애덤 시프(캘리포니아) 의원은 25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관계와 트럼프 행정부의 대사우디아라비아 정책 간 연관성을 조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WP, 악시오스 등은 민주당이 내년 1월 의회 개회 후 트럼프 대통령 일가 사업과 세금 환급, 러시아 스캔들 등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를 겨냥한 집중적인 소환장 공세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악시오스는 조사 대상이 85개 이상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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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기자

문화일보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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