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교장’이란 머리띠를 쓴 이영수(가운데) 군서초 교장이 지난달 27일 경기 시흥에서 열린 ‘제3회 정왕마을축제’에서 학생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교장은 스스럼없이 다가서는 소통, 교감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영수 교장 제공
‘행복교장’이란 머리띠를 쓴 이영수(가운데) 군서초 교장이 지난달 27일 경기 시흥에서 열린 ‘제3회 정왕마을축제’에서 학생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교장은 스스럼없이 다가서는 소통, 교감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영수 교장 제공
이영수 경기 시흥 군서초등학교 교장

가장 중요한 가치 ‘배려·존중’
모두 참여하는 프로그램 강조

개인주의·사회 편견 해소 앞장
소통·교감으로 문화 적응 도와

5년간 학교폭력위원회 ‘0건’
지난해 국제혁신학교 지정도


“다문화 교육은 다문화 가정의 학생만을 위한 교육이 아닙니다. 모든 학생에게 더불어 살고 세계시민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이죠.”이영수(54) 교장이 재직 중인 경기 시흥 군서초등학교에는 다문화 학생이 많다. 전체 학생 비율 중 절반이 넘는 약 58%에 달한다. 지난해부터는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다문화 영역 국제혁신학교’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교장은 누구보다 다문화 교육에 애정을 갖고 교내 모든 학생이 함께하는 학교를 꿈꾼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렇듯 학교 안팎에서 다문화 교육을 크게 오해하고 있어 아쉽다고 했다.

“많은 분이 다문화 국제혁신학교 프로그램이 다문화 가정 학생만을 위해 운영되는 거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다문화 교육은 다문화 가정 학생과 한국가정 학생이 어우러져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입니다. 물론 프로그램 중엔 다문화 학생만을 위한 언어·문화·학교적응 교육이 있지만, 대부분 프로그램이 학생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교육이 나중에 학생이 세계 시민이 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이 교장은 집안 어른 중 교육자가 많아 어려서부터 교사를 꿈꿨다. 1988년 강원 태백에서 처음 교편을 잡았다. 이후엔 경기 안산, 시흥, 화성 지역 초등학교를 오가며 근무했다. 이 교장이 거친 경기 지역 학교 주변엔 상대적으로 공업단지 비율이 높고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 역시 많은 곳 중 하나다. 자연스레 이 교장도 다문화 가정 학생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다.

“오랜 교직 생활 동안 ‘친구처럼 친근하고 다정한 선생님’이 되고자 노력했어요. 교사 생활 초창기부터 다문화 가정 학생들과 만날 기회가 많았던 건 아니지만, 어느 순간부터 교실에 다문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더군요. 모두 제가 가르침을 주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늘 친근하게 소통할 수 있는 교사가 되려고 애썼습니다. 언어나 문화 적응 측면에선 오히려 제 관심이 더 필요한 학생도 많았고요.”

이 교장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이전보다는 커졌지만, 교육계나 사회 전반에서 여전히 다문화 교육을 일부 지역만의 현안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장은 “아직 몇몇 학교에만 다문화 학생이 밀집돼 있지만, 전국적으로 다문화 학생 증가 폭이 대단히 크기 때문에 몇 년만 지나도 경기 시흥, 안산처럼 다문화 학생 비율이 절반을 넘는 학교가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군서초가 다른 학교보다 앞서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 학생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또 학생들이 이런 환경에서 배우고 익혀야 할 핵심 가치로 주저 없이 ‘배려와 존중’을 꼽았다.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선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문화, 세계시민교육에선 세계인이 공존하면서 살아가는 마인드를 가르쳐야 하겠죠. 이런 면에서 군서초 학생들은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미래사회에 훨씬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군서초 아이들의 배경국가만 해도 16개국인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아이들과 어릴 때부터 함께 지내고 성장하도록 돕는 게 제 역할이기도 하죠.”

군서초 교실과 운동장엔 저녁 시간에도 학생이 꽤 많이 남아 있다. 방학 중에도 학생들은 학교를 즐겨 찾는다. 이는 ‘학생들이 무언가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돕자’는 이 교장의 교육철학 때문이다. 학생들이 방과 후 또는 방학에도 학교에 나와서 즐기는 프로그램은 15개나 된다. ‘꾹꾹 언어교실’ ‘세계시민교육’ ‘We are the one 학습공동체’ ‘축제한마당’ ‘제2 축제 한마당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주변 교육환경이 좋은 편이 아닌 데다 학생들이 학습할 수 있는 공간도 많지 않아요. 방학이면 마땅히 할 일이 없다고 하는 학생도 많죠. 그래서 아이들이 집에 있을 때보다는 뭔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환경을 아이들한테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학기 중엔 저녁 시간까지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다 하교하는 아이도 많습니다. 보통 다른 학교의 아이들이 방과 후 학교 앞에서 학원 버스를 기다리는 풍경과는 조금 다르죠.(웃음) 다만 학교에서 공부나 학습에만 집중하는 건 아닙니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놀고 소질을 계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이 교장은 ‘다문화 학생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군서초나 학생들을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교에 다문화 학생이 많다고 하면, 어려운 아이도 많고 학교폭력 등의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편견이 있죠. 하지만 제가 교감으로 부임한 2013년부터 지금까지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열린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학부모들을 만나는 자리에선 제가 늘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을 함께 바꿔보자고 말씀드리죠. 하지만 그런 것들이 쉽게 눈에 보일 정도로 좋아지는 것을 느끼기는 쉽지 않습니다. 학교 여건도 다소 열악해 음악실·미술실로 쓸 여분의 교실이 없어 여러 선생님이 아이들을 모아서 다른 교실에서 방과 후 프로그램을 해야 하는 점도 어려움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도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가르침에 대해 이 교장은 “사회적 분위기도 그렇고 학생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지는 시대인 만큼 더불어 살아가고 공감하는 지혜와 관계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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