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대만 지방선거 민주진보당 참패
文정부와 집권 1년 앞선 蔡정부
과도한 親勞와 탈원전 등 유사

경기 활성화와 고용 창출 실패
미·중 사이 兩岸 관리도 불안
理想論 치우치고 소통도 부족


대만의 독자성 강조와 탈(脫)중국화 정책의 지속으로 대표되는 차이잉원(蔡英文)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띤 대만 지방선거가 집권 여당 민주진보당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기층 행정단위의 장까지 선출하는 이번 ‘9합(合)1 선거’는 본래 지방정치 문제가 초점이지만, 문재인 대통령보다 1년 앞서 집권한 차이 총통의 정책 평가와 탈중국화 관련 의제에 대한 국민투표가 동시에 실시되면서 민의의 향배를 가늠하는 선거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중간선거가 집권당에 불리하다지만 민진당은 완패했다. 정치 세력 판도를 나타내는 6개 직할시를 포함한 22개 도지사급 선거에서 기존 13석에서 겨우 6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지만, 야당 중국국민당은 9석이나 늘어 15석을 차지했다. 특히, 33년간 아성이던 가오슝(高雄)시와 전통 야도인 타이중(臺中)시, 이란(宜蘭)현도 잃었다. 정당득표율도 국민당의 48%에 11%포인트나 아래인 37%에 그쳐 2년 후 대선과 입법위원 선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는 탈(脫)원전 및 탈중국화에 따른 중국과의 갈등 증폭, 제3당 시대정신과의 연정 실패, 노동자 친화정책과 청년 일자리 확보 실패 등 이른바 차이잉원표 정책이 민심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이 총통은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직에서 사퇴했다.

이번 선거 결과의 핵심은 민심과 유리된 집권 여당의 일방적 정책 추진에 대한 민심 이반에 있다. 국내 경기 활성화에도 실패했으며 경제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는 가운데 청년실업률이 무려 12%에 육박했고, 최저임금 공약 역시 목표의 70% 선에도 미치지 못했다. 2년 전 대선에서 변화를 갈망하며 표를 던졌던 청년들은 등을 돌렸다. 국민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2025년 원전 제로’라는 탈원전정책도 국민투표를 통해 폐기 순서를 밟게 됐다. 여기에 지속적인 탈중국화 강조는 중국의 대(對)대만 강공책을 유발했고, 이는 대만 전체의 불안으로 이어졌다. ‘차이니스 타이베이(Chinese Taipei)’가 아닌 ‘타이완(Twain·臺灣)’으로 올림픽에 참가하자는 국민투표안이 부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일시적 현상일 수 있지만 대만의 민심은 차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결핍과 중국의 다층적 압박에 대한 무력감을 동시에 표출했다.

중국은 이번 선거 결과를 대만의 민심이 독립을 강조하는 민진당 정부에 반기를 든 것이며, 미국의 대만 카드를 이용한 대중국 자극이 무의미함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반색하면서 대만 문제의 확산 불씨가 가라앉은 데 안도하는 분위기다. 객관적으로 보면 대만의 민심이 대안 없는 양안 간 갈등 조장보다는 시급한 국내 경제문제부터 해결하라는 현실적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민주적 사유와 선거를 통한 견제와 균형에 익숙한 대만 민심의 70%가 여전히 양안(兩岸)의 현상 유지를 바란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다양한 파장도 예상된다. 중국은 과도한 대 대만 압박이 반중(反中) 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있음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민진당 고사작전을 전개할 것이며, 대만의 국제 활동공간을 제약하는 중국의 입김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차이 정부 출범 이후 대만의 수교국은 22개국에서 17개국으로 줄었고, 바티칸공화국과도 단교 일보 직전이다. 하지만 ‘하나의 중국(One China)’을 인정하는 국민당에 대해서는 민진당을 패스하는 유화 정책을 펼칠 것이다. 그러나 민진당은 정치적 선명성을 내세워 대만 독자 노선을 강조해야 하는 입장이므로 양안 갈등은 물론 당내 갈등도 불가피하며 정치 형세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남중국해 문제를 염두에 둔 미국의 친대만 정책도 일부 전략적 수정이 필요할 수 있다.

우리와 경우는 다르다지만 대만 지방선거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무엇보다, 정책 추진에 대국민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하더라도 국민의 납득과 지지를 얻지 못하면 국론이 분열되는 소모전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핵 문제와 대북 교류에 있어 국내 소통과 대미 조율은 물론, 관련국과의 의견 교환이 충실히 이뤄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대만 지방선거는 국가 정책의 입안이나 추진이 자기 당위적 이상론(理想論)으로 흐르지 말아야 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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