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9일 오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확정 판결을 내린 후 근로정신대에 끌려갔던 김성주(90·앞줄 가운데) 할머니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대법원이 29일 오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확정 판결을 내린 후 근로정신대에 끌려갔던 김성주(90·앞줄 가운데) 할머니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大法, 근로정신대에 배상확정

女근로대 손해배상 인정 처음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안해”
강제징용 때와 동일한 결론
하급심도 같은 판결 잇따를듯


대법원이 지난달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1억 원씩을 배상하라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린 데 이어 29일 소부 선고에서 미쓰비시의 조선여자근로정신대 등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확정했다. 향후 일본과의 외교 마찰이 우려된다.

대법원은 양금덕 씨와 고 박창환 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사건의 주요 쟁점이 지난달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선고한 신일본제철 사건과 동일하다고 보고 같은 결론을 내렸다. 양 씨의 재판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미쓰비시 중공업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며 원고들에 대한 채무 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해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 결론을 수긍한다”고 밝혔다.

조선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 씨 등에 대해 1심은 피해자 1인당 1억5000만 원, 피해자의 유족에게는 8000만 원 등 총 6억8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1억5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이날 재판부는 양 씨 등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한일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박 씨 등 미쓰비시의 강제징용을 겪은 피해자 6명은 2000년 5월 1일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인 부산지법은 2007년 2월 2일 “불법행위가 있는 날로부터는 물론 일본과의 국교가 정상화된 1965년부터 기산하더라도 소송청구가 그로부터 이미 10년이 경과돼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 완성으로 소멸했다”고 봤다. 2심도 2009년 2월 3일 일본 판결을 인정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2년 5월 24일 “청구권이 소멸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했다는 피고들의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허용되지 않는다”며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시 열린 2심은 대법원의 취지에 따라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며 원고 1명당 위자료 8000만 원씩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이날 대법원은 미쓰비시의 강제징용 책임이 있다고 처음으로 확정했다. 소송 과정에 강제징용 피해자 김모 씨는 항소를 포기해 대법원은 이날 미쓰비시가 피해자 5명에 대해 배상할 것을 선고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성 장관은 담화를 통해 “매우 유감이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고노 장관은 “이번 판결은 한일청구권협정에 명백히 반한다”며 “일본 기업에 대해 한층 부당한 불이익을 주는 것이며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구축해 온 양국의 우호 협력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부터 뒤집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진·정철순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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