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싱크탱크 ‘레가툼 지수’

우리나라의 고용과 해고 관행이 여전히 세계 최하위권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고질적인 노동 경직성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는 탓으로 풀이된다. 이를 비롯해 분배를 앞세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추진에도 불구하고 최근 소득 분배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경기침체 조짐도 뚜렷해지면서 열심히 일해서 형편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도 사그라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인에 대한 존중이나 남을 도우려는 마음이 부족한 ‘불신사회’의 면모도 벗어나지 못했다.

29일 영국 싱크탱크 레가툼(Legatum)이 매년 조사해 발표하는 레가툼 세계 번영지수(레가툼 지수)의 올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 유연성’은 조사 대상 149개국 중 97위에 머물렀다. 고용과 해고를 기업이 형편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분야 순위는 지난 2007년 22위에서 2009년 48위, 2010년 124위 등으로 급속도로 추락했다.

최근 순위가 다소 회복됐지만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의 기득권 논란이 불거지는 등 노조 활동에 사회 전체가 휘둘리고, 기업 입장에서는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 비용이 계속해서 오르는 가운데 고용과 해고를 비롯한 노동 경직성 문제는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사회 전반적으로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상위 계층의 소득이 늘고, 하위 계층의 소득은 줄어드는 등 소득분배 상황까지 악화하면서 ‘노력’에 대한 믿음도 상실되는 모습이다. 레가툼 지수에서 ‘열심히 일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인식’은 141위로 꼴찌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또 자영업자들의 실패가 이어지면서 ‘새로운 사업 시작에 대한 인식’ 역시 141위로 매우 부정적이었다.

이웃에 대한 도움이나 상호 존중 등 사회적 자본도 ‘빈곤’에 가까웠다. 레가툼 지수의 ‘존중’ 항목에서 우리나라는 143위를 기록했다. 조사에서 ‘낯선 사람을 돕는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47%로 94위에 그쳤으며,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도 80%로 85위에 그쳤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 전반적으로 세대갈등, 남녀갈등 등이 심해지고 있어 불신 사회가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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