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 대낮에 조폭의 집단 난동을 연상케 하는 일이 있었다. 지난 22일 충남 아산에 있는 유성기업 2층 사장실에서 발생한 일이다. 영상을 보면 민노총 소속 노조원들이 고함을 치며 대표이사실 문을 부수고 들어가고, 이후 비명이 계속 들려 나온다. 종합 격투기에서나 볼 수 있는 ‘니킥’까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현장에 있는 경찰은 수십 명의 노조원 속에서 허둥대며 주눅 들어 보였다. 심지어 한 시간 동안 계속된 특수감금 및 집단폭행 사태가 경찰의 제압이 아닌 노조 지회장의 철수 전화 한 통으로 끝났고, 바닥의 핏자국까지도 유유히 인멸했다는 것이 유성기업 측의 전언이다. 모두 사실이라면 이런 노조와 이런 경찰은 차라리 없는 게 더 낫다.
일주일 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노총의 행태와 관련 “어떤 집단이라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고 공언했다.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장관의 이 발언은 허언이 되고 말았다. 이번 정부 들어 국가 공권력이 민노총 앞에만 서면 작아진다. 법치의 힘보다는 민노총의 힘이 더 센 탓일까. 최근 들어 민노총은 여당 원내대표의 지역 사무실을 불법 점거하는가 하면, 검찰청·시청·노동부 지청 등 관공서까지도 제집 드나들 듯하거나 무단 점거하는 안하무인의 행태를 보여 왔다. 그런데도 정부의 엄단 조치는 없다. 심지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청와대 앞에서 불법 총파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일종의 새로운 권력 주체의 오만함까지 보이는 것 같다.
이처럼 민노총이 쉽게 공권력을 집어삼키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이 현 정부가 어떻게 탄생됐는지 자각하라고 한 말처럼 현 정부 탄생에 있어 정권에 대한 이른바 ‘촛불 청구서’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같은 친노조 정책으로 현 정부가 응답한 것으로 보면 단순한 으름장은 아닌 것 같다.
또한, 우연찮게도 이러한 상황은 공권력을 담당하는 경찰 영역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경찰청 진상조사위원회 또는 경찰개혁위에서 만들어낸 권고들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민노총이 주도한 2015년 11월 서울 도심 불법 집회에서 경찰 버스 50여 대 및 90여 명의 경찰 부상에 대한 3억8000여만 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라는 것이다. 불법으로 인한 손해를 묻는 것은 법 원칙의 기초임에도 무력화하라는 뜻이다. 결국, 이는 전국의 경찰들에게 민노총의 불법은 그냥 눈 감고 있으라는 메시지로 읽힐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분위기는 공권력의 위축을 초래했고, 사실상의 막가파식 노조 폭력을 잉태했다. 기업하기도 어려운 판에 노조원들에게 맞을까 두려움에 떠는 나라처럼 됐으니, ‘이게 나라냐’는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이제라도 정부는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공권력을 신속히 회복해야 한다. 정부는 민노총으로부터 ‘빚’ 없음을 선언하고, 과거처럼 떼법이 준법보다 낫다는 인식을 철저히 걷어내야 한다. 어제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은 화염병 테러 사건과 관련, 대법원장을 바로 찾아가 법치에 대한 도전은 공권력으로 철저히 막겠다며 90도로 사과했다. 마찬가지로 이들은 노조 앞에 뒷짐만 지고 있었던 무기력한 공권력의 회복을 다짐하는 내용의 특별 담화를 즉각 내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 공권력이 무너지면 정권도 무너진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동서고금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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