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심화로 안전투자 줄 수도
현재 일부업체 정비능력 없고
인력도 국토부 권고기준 미달
진에어는 대한항공서 정비지원
비행경력도 대형社 비해 부족
이스타·티웨이, 250시간 요구
대한항공, 1000시간 돼야 입사
최근 인도네시아 국적 라이온 에어 사고로 189명의 인명이 숨진 가운데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정비 불량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저비용 항공사(LCC) 정비 불량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항공시장에는 6개의 LCC가 경쟁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에는 몇 곳이 더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국내 항공시장에 LCC 난립이 예고되면서 ‘경쟁 심화 → 수익 감소 → 안전 투자 최소화’ 악순환으로 국내에서도 제2의 라이온 에어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 국내 항공시장에서는 대형항공사(FSC)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2개, LCC로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서울 등 6개, 소형항공사로 에어필립·에어포항 등 2개, 화물 항공사로 에어인천 1개 등 총 11개 항공사가 있다.
여기에 최근 양양공항 기반의 플라이 강원, 청주공항의 에어로케이, 인천을 기점으로 하는 에어프레미아, 무안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에어필립이 국토교통부에 국제운송사업자면허 신청서를 제출했다. 항공업계에선 이 중 1∼3곳이 내년에 면허를 취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라이온 에어 사고 원인으로 항공사의 안전 투자 부족이 지적되고 있다”며 “국내 저가 항공사 난립으로 경쟁이 심화할 경우 수익 감소, 안전 투자 감소로 이어져 국내에서도 비슷한 종류의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LCC의 안전 인프라도 썩 좋지 않은데 LCC 간 경쟁 격화는 이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 운항·정비 분야에서 LCC 수준은 FSC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대한항공에선 운항 승무원 입사 시 비행 경력 1000시간 이상 조건을 내걸고 있는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은 250시간으로 대한항공의 4분의 1 수준이다. 제주항공은 300시간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항공종사자 인력수급 전망 기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장의 경우 매년 300여 명, 부기장의 경우 400여 명이 필요하지만 양성되는 조종사는 군 경력 연 100여 명, 국내 양성 민간 조종사 연 350명에 불과하다. 가령 내년에 3개 항공사가 새로 진입하게 된다고 가정할 경우 최소 15대의 항공기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종사 50명 이상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LCC의 정비 능력 역시 의문시되는 점이 많다.
모기업 정비 지원을 받는 진에어(대한항공), 에어부산·에어서울(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하고는 자체 정비 능력이 없어 나머지 LCC들은 중정비를 위해 해외를 찾고 있다.
정비 인력도 부족하다. 이학재 바른미래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국적 LCC 정비사 수 현황’에 따르면 올해 8월을 기준으로 항공기 1대당 정비 인력은 이스타항공 12.7명, 제주항공 11.9명, 에어인천 11.7명, 에어부산 8.9명, 진에어 7.1명, 에어서울 3.7명 등이다. 국토부 권고 기준인 대당 12명을 충족시키는 항공사는 이스타 항공이 유일하다. 다만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은 모기업에 정비를 포괄 위탁하고 있는 상태다. 가령 진에어는 대한항공 정비 포괄 위탁까지 치면 실제 대당 정비 인력은 14명으로 늘어난다.
물론 LCC의 등장 이후 항공사 간 경쟁 격화로 소비자 편익이 증대된 것은 사실이다. 전반적으로 가격이 저렴해졌을 뿐 아니라 서비스 제공 지역도 넓어졌기 때문이다. 신규 LCC 허가는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고 국토부 역시 이를 겨냥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항공기 안전 문제 역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항이다. 조종사와 정비사 인력 양성을 위한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항공사만 늘어나게 될 경우 항공사 간 인력 빼가기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조종사나 정비사 몸값은 올라가겠지만 항공업계 전체의 안전성은 낮아질 여지가 충분하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 일각에선 안전 인프라, 조종사·정비사 인력이 충분히 충족된 이후 신규 LCC를 허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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