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기 ㈜스마일게이트 홀딩스 대표가 지난 18일 경기 남양주시 비전힐스 골프장 서 코스 4번 홀(파3)에서 아이언으로 티샷을 하고 있다.
양동기 ㈜스마일게이트 홀딩스 대표가 지난 18일 경기 남양주시 비전힐스 골프장 서 코스 4번 홀(파3)에서 아이언으로 티샷을 하고 있다.
양동기 ㈜스마일게이트 홀딩스 대표

대타로 부른 아내와 라운드서
첫 홀 더블보기후 버디 4개나…
그린 어려운 코스서 79타 기록

2016년 아내와 中여행중 라운드
135m 파3서 6번 아이언 홀인원
직원들 꽃다발·인증서 주며 축하

함께하는 시간 적어 골프 권유
아내와 매달 한 번 이상 잔디 밟아


양동기(56) ㈜스마일게이트 홀딩스 대표에게 아내(신혜원·53)는 늘 행운을 안겨준 골프 동반자였다. 양 대표의 골프 기록에서 실제 아내와 함께하며 얻은 행운이 여러 차례 있었다.

이런 양 대표를 인터뷰하기 위해 지난 18일 지인 소개로 경기 남양주시 비전힐스 골프장에서 만난 데 이어 이틀 후 경기 성남시 판교의 스마일게이트 사옥에서 다시 만났다.

골프 구력이 15년쯤 됐다는 양 대표는 “지금도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아내와 골프를 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양 대표는 첫 ‘싱글’을 기록할 때도, 홀인원을 했을 때도 아내와의 라운드에서 작성했다.

2011년 스마일게이트에 입사한 후 자주 골프장에 나갔다. 4년 전 친구들과 2팀이 모임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빈자리가 생기자 그는 아내와 함께 경기 이천 블랙스톤 골프장에 갔다. 양 대표는 공교롭게도 이날 처음 79타를 쳐 싱글 패를 받았다. 아내는 뒤 팀에서 라운드했다. 양 대표는 첫 홀부터 버디 기회를 잡고도 4퍼팅을 하며 더블보기로 실망감을 안고 출발했다. 하지만 전반에 칩인 버디 2개를 포함해 버디 4개를 잡으며 70대 타수를 작성했다. 이 골프장은 주말골퍼에겐 그린이 까다로워 쇼트게임과 퍼팅에서 늘 한계점을 테스트하는 코스였다.

2016년 홀인원 작성 때에도 아내가 곁에 있었다. 중국 다롄(大連)에 아내와 여행을 갔을 때였다.

하루 짬을 내 아내와 둘이서만 다롄의 웨스트브리지 골프장에 갔다가 135m 거리의 파 3홀에서 6번 아이언을 쳐 행운을 안았다. 라운드 후 지배인 등 골프장 직원 20여 명이 클럽하우스에 들어온 부부에게 꽃다발과 홀인원 증서를 건넸다. 사실 양 대표는 아내와 행운을 나누기 전, 2015년 이천 블랙스톤 골프장 북 코스 3번 홀(파3·135m)에서 생애 첫 홀인원을 작성했었다. 양 대표는 여느 부부처럼 아내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 적었기에 아내에게 골프를 적극적으로 권했다. 행여라도 아내가 골프를 포기하지나 않을까 하며 조바심도 냈지만, 이젠 90대 초반에 진입한 아내가 골프 재미를 쏠쏠히 느끼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그룹 지주사격인 스마일게이트 홀딩스 대표지만 재무 전문가로 그룹 전체 CFO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그룹 스마일게이트는 동시접속자 수 800만 명 이상, 연간 매출 1조5000억 원 이상을 기록하며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1인칭 슈팅게임(FPS)’ 글로벌 1위 ‘크로스 파이어’를 개발한 게임전문 기업. 10년 전 일찌감치 중국에 진출, 현재 PC게임 부문 2000여 임직원과 함께 글로벌 게임 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출시한 모바일로 하는 역할수행 게임(턴제 RPG) ‘에픽세븐’이 구글과 애플 양대 마켓 매출 순위 2위에 오르는 등 국내 시장에서도 높은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이달 초 출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로스트 아크’로 평균 접속자 35만 명을 기록하며 PC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다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13년 별도 자회사를 통해 스크린골프 ‘G 스윙’을 만들었지만, 그룹 사정으로 지금은 다음카카오로 경영권을 넘겼다.

양 대표가 골프를 시작한 것은 1993년부터. 양 대표는 세계적인 회계법인 KPMG로 교환 근무를 갔던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골프를 접했다. 물론 출국 3개월을 앞두고 회사 측에서 “미국에서 골프를 쳐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골프연습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골프장은 미국에서 처음 나갔다.

KPMG에는 교포 출신이나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곧바로 입사한 한국인도 상당수 근무했다. 회사 분위기도 빨리 파악할 수 있겠다 싶어 주말이면 집 주변 퍼블릭골프장에서 만났다. 동료 직원 7∼8명 정도가 서로 돌아가며 일찍 골프장에 도착해 줄을 서 기다렸다가 라운드를 즐겼다. 하지만 미국서 100타를 깼을 무렵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자리를 옮겼다. 이 무렵 친구들과 가끔 골프장에서 어울렸지만, 골프를 자주 접하지는 못했다. 그러다 아이리버 창업 멤버로 스카우트되면서 은행권이나 회사 내 간부들과 자주 본격적으로 쳤다.

양 대표는 골프 기록 중 샷 이글을 가장 먼저 했다. 경기 광주의 곤지암 골프장에서 가장 어렵다는 430야드짜리 레이크 코스 9번 홀(파4)에서다. 그린 왼편이 연못이 감싸고 있고 그린 앞에는 벙커가 도사려 2온조차 쉽지 않은 이 홀에서 양 대표는 170m를 남기고 7번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이 그대로 홀로 들어갔다. 10년 전, 90대 타수를 오락가락할 때 게스트로 초대됐다가 행운을 안았다.

담당 캐디도 “이 홀에서 이글을 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했고, 골프장에서는 양 대표에게 이글 증서는 물론, 그린피 면제 및 와인까지 선물로 줬다.

양 대표는 첫 싱글 패를 받은 이후 몇 달 뒤 외국 출장 때 78타를 쳤고 쉽지 않은 코스로 평가받는 경기 광주의 이스트 밸리 골프장에서는 두 차례나 80타를 치기도 했다. 그러다가 1년 전 고교 동창 모임에서 경기 여주의 신라골프장에서 77타를 쳤다. 지금까지의 베스트 스코어. 양 대표는 지난 5월에도 모처럼 70대를 쳤지만 “요즘 83∼84타 정도만 나와도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회사 내 임직원의 평균연령이 33세로 젊은 편이어서 눈에 띄게 빠른 성장을 하고 있다”면서 “게임업계에서는 국내 4위 규모로 내년에는 국내에서만 매출 1조 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최근 1년 동안 90대 스코어를 넘어본 기억이 없을 만큼 평균 80대 중반 스코어를 유지하는 ‘스테디 골프’가 강점이지만 50대가 되면서 거리가 줄어든 만큼 ‘골프 열정’은 더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최근 익숙한 스윙을 고치려 프로에게 레슨을 받으며 애쓰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 =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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