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권력 무력화 내부불만 커져
일각선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정부의 경찰 수뇌부 인사를 비판하며 국정조사를 요구한 송무빈(55·경무관·사진) 서울지방경찰청 경비부장은 30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저는 물러나지만, 후배들은 정치적 고려 없는 투명한 시스템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기 바란다”고 말했다.
송 부장은 전날 단행된 경찰 고위직 인사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하지 못하자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공개적으로 청와대를 비판한 데 대해 “순종적인 경찰 조직에서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악순환은 계속 반복된다”며 “제 주장에 공감한 경찰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시스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명예퇴직을 신청한 송 부장은 “이제는 자연인으로 돌아가 조직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송 부장의 ‘항명’에 경찰 내부는 “언젠가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분위기다. 송 부장이 승진탈락과 관련, “정치적인 판단이 작용했다”고 주장한 데는 청와대가 고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아 중태에 빠졌던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투쟁대회 당시 서울청 기동본부장으로 근무한 자신에게 부당한 책임을 물었다는 생각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는 “격무에 시달리는 경비부서에서 3년간 열심히 일했는데 청와대는 처음부터 승진 대상으로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조직 내에 끓어 오르던 불만이 송 부장의 항명으로 이어졌다고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특히 최근 계속되는 민주노총의 불법 점거시위에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인사 파동이 맞물리면서 일련의 사태 원인으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진상조사위는 8월 21일 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민중총궐기투쟁대회와 관련해 국가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취하를 권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소 취하 권고 이후 불법 시위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없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 등의 과격 시위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대응밖에 할 수 없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경찰 수뇌부 인사에서도 고 백남기 농민과 관련된 인물들이 ‘찍혀나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청은 송 부장 징계 여부에 대해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면서도 곤혹스러운 눈치다. 명예퇴직 신청은 오는 12월 31일부로 수리될 예정이라 송 부장은 아직 경찰 신분이다.
익명을 요청한 경찰관은 “송 부장을 징계하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들끓는 경찰 민심에 기름을 퍼붓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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