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노동공약 지켜라” 주장
대표성 없는 임의단체의 폭력


한국진보연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50여 개 단체로 구성된 민중공동행동이 주말인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모든 차선을 막은 채 대규모 집회를 열고 국회 포위 행진을 벌인다. 시민·사회단체나 노조가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거나 국회의 의정활동을 비판하기 위해 여의도에서 집회를 벌이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민중공동행동이 광장 민주주의로 평가되고 있는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의 주축임을 자임하고 있는 데다 국회를 ‘포위’하는 집회를 한다고 공언했다는 점에서, 최근 세계 정치학계가 앞다퉈 조망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상기시킨다.

민중공동행동 측은 1일 오후 3시부터 국회 앞 의사당대로 왕복 8차로를 막고 전국민중대회를 진행한 뒤 국회를 포위하는 형태로 행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집회의 명분을 광장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노동 공약 등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들이 자신들이야말로 진정한 국민의 대표고 자신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국회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들이 정당과 국회를 통해 수렴된 민심을 기반으로 법을 만들고 예산을 심의하며 이를 기준으로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는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시스템을 부정하는 것이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1700만 명의 시민은 각자의 다양한 요구를 가슴에 품고 있었을 것이다. 때로는 노동계의 요구가, 때로는 평화주의의 주장이, 때로는 여성해방 구호가 광장 곳곳에 울려 퍼졌지만 촛불집회를 관통한 하나의 민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훼손된 민주주의를 복원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엄동설한 속에 수십 일간 진행된 촛불집회가 특정 세력의 정치적 선동이나 구호, 폭력을 배제한 채 평화롭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 더구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요구가 관철되자 이후의 절차를 기존 제도권에 일임하고 모두 각자의 삶의 현장으로 돌아갔다. 촛불집회가 진정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은 민주주의를 주장해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행동과 절차에서 민주주의의 원칙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촛불민심은 전 국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소중한 열망이다. 노조든, 진보적 시민단체든, 문재인정부든 누구도 독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법적 절차에 의해 국민의 대표로 선임되지 않은 ‘민중공동행동’이란 임의단체가 촛불민심의 적자라고 자임하면서 합법적 선거에 의해 국민의 대표로 국회를 포위하고 압박하는 것은 촛불민심에 대한 배신이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
허민

허민 전임기자

문화일보 / 전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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