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탄핵 후폭풍 확산

“초유의 사태 저질러 놓고
왜 자꾸 뒤로 숨으려 하나”

일선 의견 무시 법관대표에
부산고법 판사들 책임 추궁


사상 초유의 동료 법관 탄핵 사태와 관련, 전국법관대표회의의 ‘깜깜이 의결’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다. 일선 판사들은 30일 법관회의 측이 28일 내부망에 법관탄핵 안건을 가결시킨 ‘11월 19일 자 회의록’을 익명 처리해 공개한 데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속기록을 왜 실명 공개하지 못하느냐” “실명과 익명의 공개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불만이다. 이런 가운데 부산고법은 전국 법원 가운데 처음으로 오는 12월 17일 판사회의에서 법관대표의 권한 범위 등 대표성에 대해 규탄·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이날 “법관회의 측이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을 저질러 놓고 자꾸 뒤로 숨으려는 것 같다”면서 “특히 지난 6월·9월 등 임시회의 당시에는 회의록과 속기록을 모두 실명 그대로 내부망에 공개한 것과 차이점을 둔 이유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판사는 “국회 법사위가 공식 의결을 통해 대법원과 법관회의 측에 실명 속기록 등을 제출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법 등이 준용하는 국정감사법 등에 따르면 법사위원 3분의 1 의결로 피감기관인 대법원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경우 비공개라는 대법원 규칙을 이유로 거부할 수 없다. 법사위원인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다음 주 전체회의에서 법사위 의결을 정식 제안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재차 거부할 경우 검찰 고발까지 검토하고 있다.

부산고법은 오는 12월 17일 열리는 자체 판사회의에서 법관회의의 일방적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 성토하는 안건을 마련했다. 부산고법 법관대표 A 판사는 지난 19일 법관회의에서 “소속 법원의 의사에 기속될 필요가 없다”는 청주지법 법관대표 B 판사의 발언에 동조하며, 부산고법 판사들의 의견 수렴 결론과는 반대로 탄핵 안건을 찬성했다.

이에 부산고법 고법 판사 및 배석판사들은 연말 판사회의에서 A 판사의 책임 문제를 검토한 뒤 법관회의의 대표성과 법관대표의 권한 범위 등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향후 법관회의 안건들에 대해 소속법원 법관들에게 이메일 설문조사가 아닌 판사회의를 통해 직접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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