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인권진흥원 포럼

가해자들 폭력 휘두른 뒤
화해 핑계로 강제 性관계
피임통제·임신강요도 심각
“사회적 개입 더 강화해야”


“애인의 폭력을 피해 헤어지고 싶지만, 오히려 성폭행을 당하거나 피임을 통제당하는 피해자가 많습니다.” “가해자가 떠나려는 피해자를 계속해서 잡아두려고 일부러 임신을 시키려 했던 것 같아요.”

가정폭력 피해자 중 강요된 성관계를 경험한 비율이 6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인·부부 사이의 성폭력이 예상을 넘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신나래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29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성폭력·가정폭력 추방주간’을 맞아 개최한 ‘제2차 가정폭력방지 정책포럼-여성의 몸은 누구 것인가? 가정폭력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에서 “가정폭력특례법 제정 이후 20여 년이 지나면서 가정폭력 현행범 즉시 체포 등 처벌 강화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여성의 10∼40%는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 연구원은 “연구결과를 보면,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에 거주 중인 응답 여성의 66%가 가해자로부터 강요된 성관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남성배우자·파트너에 의해 행해지는 신체적 폭력 이후 ‘화해와 용서’의 의미로 강요하는 성관계는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억압과 통제’에 속한다”고 말했다.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재생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피임 통제와 임신 강요 역시 심각한 폭력 유형으로 분류됐다. 신 연구원은 “가정폭력의 발생과 원치 않는 임신 사이엔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데 특히 피해 여성의 응급피임약(emergency contraception) 복용, 가해자의 피임시도 방해, 피해 여성의 임신횟수가 증가할수록 가정폭력이 유의미하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신 연구원은 “여성의 임신과 출산이 반복될 때 여성의 취약성은 더욱 심화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는데 이는 결국 피해 여성이 가해자와의 폭력적인 관계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하고 종속하게 하는 기제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가정폭력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회적 인식을 확대하되 의료전문가와의 상담 절차를 강화하는 등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개입의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백영경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낙태의 권리가 여성의 삶 전반을 규정하는 중요한 권리”라고 설명했다. 포럼에서 변재란 순천향대 영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프랑스 영화 속에 나타난 낙태에 대한 두려움, 피임과 성교육, 가족 제도의 억압성과 같은 여성들의 공통적 경험을 설명했다. 포럼을 지켜본 일부 청중은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그동안 한국에서 여성의 몸은 나의 것이 아니라 한 가문, 가족의 것이었다”고 토로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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