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대신 사주고 인증샷도 촬영
공연 끝날때까지 밖에서 대기
지방서 서울까지 데려다주기도
“나오고 있어?” “그래, 입구 쪽에서 기다릴게!”
지난 25일 오후 9시쯤 인기 남성 아이돌그룹 ‘하이라이트’ 콘서트가 있었던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 입구에서는 40∼50대 정도로 보이는 시민들이 분주하게 서성이고 있었다. 잠시 후 콘서트가 끝나고 10대 팬들이 쏟아져나오자 이들은 그 사이에서 자신의 자녀를 찾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자녀의 이름을 크게 외치는 부모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이날 자녀의 콘서트 관람을 위해 부산에서 함께 올라왔다는 조모(여·49) 씨는 “오늘은 KTX를 타고 왔고, 지난번 다른 공연 때도 내가 남편 몰래 데리고 왔다”며 “아이돌 팬 활동을 못 하게 하면 다른 길로 샐까 봐 틈틈이 챙겨주려 한다”고 말했다.
자녀로부터 받은 ‘임무’를 해결하는 부모도 있었다. 콘서트가 진행되던 중 만난 김모(51) 씨는 공연장 입구에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김 씨는 “공연장 입구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딸이 몰래 찍어오라고 시켰다”며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하면 더 삐딱선을 탈 수도 있어 아낌없이 표 값을 내준다”고 말했다. 최모(51) 씨는 “딸 셋 중 다행히 둘째만 아이돌 공연을 좋아하는데 다른 딸들도 그랬으면 감당 못 했을 것 같다”며 웃기도 했다.
청주에서 올라왔다는 김모(50) 씨는 공연장 주변에 놓여 있는 팬들이 마련한 쌀가마니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카메라에 담았다. 팬클럽을 통해 하이라이트 멤버의 이름으로 불우한 이웃들에게 전달될 쌀가마니를 구매한 중학생 딸이 ‘인증샷’을 찍어놓으라고 지시했기 때문. 한 70대 노인은 “손녀딸이 표를 못 구해 공연장까지 직접 와봤는데 암표상도 없어 안타깝다”며 탄식했다.
이처럼 부모들이 자녀들을 공연장까지 데려다주거나 공연 표를 대신 구해주는 등 이른바 ‘아이돌 팬 뒷바라지’ 현상이 일상의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일부 부모는 자녀들의 아이돌 팬 활동이 학업 스트레스 해소 등에 효과가 있다고 보지만, 일부는 아이들이 더 위험한 길로 빠질 것이 두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팬 활동을 하는 자녀를 둔 박모(46) 씨는 “각 지역 콘서트 현장에 데려다주는 일은 다반사”라며 “아이들이 좋아하니 즐겁지만, 너무 먼 지방 공연의 경우 피곤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최재규·전세원 기자 jqnote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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