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 발생 때마다 특별법 만드니
처벌·피해자 지원 사각지대 발생
가정폭력범죄 처벌 강화도 절실”
세계 여성폭력 추방주간을 맞아 여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확대하고 정책·법률 등에서 피해자 인권보호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송란희(사진)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30일 “여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특별법 형식으로 법률이 만들어지다 보니 가해자 처벌이나 피해자 지원 등에 있어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된다”며 “여성폭력의 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피해자 인권 보호의 기준이 되는 원칙 등을 명문화하는 여성폭력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 사무처장은 “여성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폭력의 개념을 좁게 해석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행법상 성폭행은 명백한 폭행이나 강압만 인정하고 있지만, 정신적·경제적 폭행에 대해서도 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25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이어지는 세계 여성폭력 추방주간 동안 토론회와 집회를 열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가정폭력 대응 방법과 각종 자료도 볼 수 있도록 했다.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은 도미니카공화국의 세 자매가 독재에 항거하다 정권의 폭력으로 숨진 11월 25일을 기념해 1981년 시작됐다. 이후 1991년 세계 여성운동가들이 모여 ‘여성폭력 추방주간’을 선포했다.
송 사무처장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가정폭력 방지대책을 환영한다면서도 실제 법 제정으로 이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을 우려했다. 송 사무처장은 “정부 대책 중 가정폭력 가해자가 접근금지 명령을 어길 시 징역 또는 벌금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법으로 제정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정폭력범죄 처벌 강화 등을 위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몇 년째 계류 중”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올해 확산한 ‘미투(Me Too) 운동’과 불법촬영 사건의 수사 관행을 비판했던 혜화역 시위 등에 대해 송 사무처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곪았던 문제점들을 사회가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흐름이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나 정책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문제 제기와 감시 활동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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