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서강대 교수·정치학

임기를 보장하는 대통령제는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국민 요구에 대한 반응성이 낮아질 위험성도 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지지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집권 초기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로 높았던 지지도는 업적으로 평가되는 시점에 이르러 실망하는 국민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미국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도 47%의 지지도를 보인 적이 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최저 지지는 재선 이후 임기 2년 차에 38%였다.

지난주 목요일에 리얼미터가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48.8%라고 발표하자 언론들은 일제히 지지도가 50% 아래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갤럽조사는 이번 주 대통령 지지도가 53%로 11월 들어 대통령 지지도의 변화가 없다고 발표했다. 청와대가 내심 위안 삼을 수 있는 수치다. 듣기 좋은 말을 부언하면, 지난 대선에서 문 후보가 41.1%를 득표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지난주 지지는 그보다 훨씬 높다. 또한, 조사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갤럽뿐만 아니라,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못한다는 평가보다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더 많다.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언제든 변하는 것이 여론이다. 큰 틀에서 보면 이전 정부에 실망하고 새 정부에 기대를 걸었던 국민 정서 덕분에 그동안 대통령의 지지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았고, 이제 정상적인 지지 수준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역대 대통령들의 집권 2년 차 2분기 시점에서 지지도를 비교해보면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가장 높다. 아울러, 대통령의 국정 평가에 부정적이라는 것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과 반드시 같은 의미도 아니다.

얼핏 듣기에 청와대를 위로하는 듯한 이런 의견들은 청와대가 의연하기를 요구하는 내심을 담고 있다. 정치적 위기감에 휩싸여 청와대 내부에서 서로를 격려하다가 자칫 여론과 이반되는 정책 방향으로 갈까 우려가 되기 때문이다. 다시 평정심을 갖고 여론 변화를 보자. 대통령 지지도가 하락 추세인 것은 야당에 대한 국민지지가 높아졌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정부에 대한 실망으로 야당이 다소간 반사이익을 얻고 있을 따름이다. 지지도 하락은 야당의 설득적 공세가 먹혀드는 게 아니라, 일반 국민의 삶에 기초한 평가라는 것을 우선 인정해야 한다.

갤럽조사에서 대통령 직무 수행에 부정적 평가를 한 구체적 이유를 보면, 일자리와 최저임금을 포함해 경제·민생 문제와 관련된 이유가 55%로 압도적이다. 대북정책에 대한 반대는 16%에 불과하다. 한 달 전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도가 58%일 때 부정적 평가의 원인 중 대북 문제를 지적한 비율이 23%였던 데 비해 이번 조사에서는 대북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가 줄었다. 대통령의 최우선 정책인 대북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가 줄었는데도 지지도가 떨어졌다는 것은 정부의 경제정책과 그 결과에 대해 불만을 갖는 국민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준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청와대가 정부 비판 세력에 밀리는 수세적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현 정부에서 경제 통계 수치를 자의적으로 해석함으로써 물의를 빚은 적이 몇 차례 있다. 정부의 경제 판단과 국민의 체험 경제에 간극이 너무 크다. 국민이 실망과 분노를 느끼는 대목이다. 이전 보수 정권의 문제는 ‘불통(不通)’에서 시작됐다. 적폐 청산 속에는 불통 청산도 포함돼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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