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통령 발언, 입법권 무시”
환노위 법안심사소위 안열려

한국노총마저 “경사노위 불참”
노동시간 개선委 출범도 못해

이달말‘6개월 계도기간’종료
내년부터 형사처벌 급증할 듯


11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에서 합의했던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법안(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한 연내 처리가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오는 12월 말로 주 52시간 근무제 위반에 대한 6개월 계도기간이 종료되면서 업종 특성상 근로시간을 준수할 수 없는 기업들이 쏟아질 상황이지만, 정치권이 시작부터 파행을 겪고 있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여·야·정이 합의한 사항을 사회적 논의기구로 다시 돌린 것은 그동안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를 강력하게 반대해온 민주노총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문 대통령이 11월 22일 경사노위 공식 출범식에서 “경사노위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를 논의하면 국회도 그 결과를 기다려줄 것이다. 국회에 시간을 더 달라고 부탁하겠다”고 주문한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의 주문을 받아들이면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논의의 방향이 흐트러져 버렸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고, 시작부터 파행을 겪고 있는 사회적 기구에 논의를 돌리는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갈등 속에 4일 열릴 예정이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도 결국 취소됐다.

대통령과 여당이 경사노위에 논의의 장을 마련하라고 떠밀었지만, 막상 경사노위는 논의할 회의체 구성도 못 하고 있다. 가뜩이나 민주노총이 빠진 상태에서 ‘개문발차(開門發車·문을 연 상태서 출발)’한 경사노위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를 논의할 ‘노동시간 제도개선위원회’는 출범조차 못 하고 있다. 4일 출범할 예정이었지만 노동계와 경사노위가 공익위원 선임을 두고 강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이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를 공익위원으로 추천하자 경사노위 측이 반대했고, 한국노총은 불참을 선언했다.

정치권이 이처럼 근로시간 단축 계도 기간 동안 허송세월하는 사이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산업계는 올해 안으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내년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위반으로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 사업주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말로 300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시간 위반 처벌유예 기간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7∼12월까지 계도 기간 중에도 위반신고가 60여 건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부터는 위반신고, 형사처벌 건수가 급증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이병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은 지식과 서비스 산업이 근간”이라며 “시간과 공간으로 근로 형태를 관리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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