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우리나라는 교역 1조 달러를 무난히 달성하게 됐다. 특히, 올해는 과거 어느 해보다 이른 11월 16일에 1조 달러를 찍음으로써 교역액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 갈등과 보호무역주의 지속 등 대외 환경 악재에도 불구하고, 주요국의 제조업 경기 개선, 국제유가의 상승, 신산업과 유망 소비재 등 수출 품목 다변화, 신흥 시장 및 주요 수출시장에 대한 고른 수출 확대 등의 요인 덕분에 교역 1조 달러를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었다고 산업통상 당국은 설명하고 있다.
2011년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에서 9번째로 교역 1조 달러를 달성했다. 이를 기념해 조폐공사는 기념우표를 발행하기도 했다. 60여 년 전 불과 2억∼3억 달러를 수출하던 세계 100위권 국가가 수출산업화와 수출 촉진 정책으로 교역 1조 달러를 달성하고 선진국 반열에 진입한 것으로 우리나라는 경제 개발의 세계적인 모범 케이스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주 무역의 날 기념식이 열리지만, 국내외 상황을 살펴보면 교역 1조 달러 달성에 마냥 기뻐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의 끝을 파악하기 어렵다. 지난 3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무역확대법 제232조 적용으로 대미 수출 길은 70% 쿼터로 줄어들었다. 철강에 비해 파급효과가 몇십 배나 클 수 있는 자동차에 대한 제232조 적용 여부에 업계는 숨을 죽이고 있다. 앞으로 반도체·조선·석유화학 등으로 제232조 적용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근 80%를 차지하는 반도체·기계와 석유화학·제품 및 자동차 등 주력 품목의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더구나,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1만4700명을 감원하고, 6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해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미래 산업에 투자를 늘려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대규모 감원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끈해 보조금 삭감을 언급하며 멕시코와 중국 공장에 대해서는 감원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에서의 감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외 생산시설을 구조조정할 경우 한국GM에도 불똥이 튈 수 있고, 우리의 자동차 수출은 또다시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다.
지난주 아르헨티나 G20 정상회의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으로 양국 간 추가 관세 부과를 3개월간 유예하기로 했다. 미·중 통상 마찰이 잠시 중단되지만, 기존 2500억 달러에 대한 관세 부과가 취소되는 건 결코 아니다. 올해 미·중 양국 간 교역 실적을 살펴보면, 미국의 대중 수출은 확연히 줄어든 반면 2500억 달러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미 수출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미·중 통상 마찰의 영향은 내년에 본격화할 것이고, 우리나라의 수출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적으로는 규제 강화로 수출의 기둥인 중소기업들의 영업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규제 샌드박스’ 등의 규제 완화 정책을 홍보하고 있으나,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등 초대형 규제가 중소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국내외 통상 환경 악화에 대응하는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하는 고위 정책 당국자들이 서로를 비난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업인의 어깨는 처질 수밖에 없다. 세계 평균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고, 다른 국가들의 성장세에도 끼이지 못하는 우리 경제의 탈출구를 신임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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