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공모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신문사마다 미래의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입니다. 해마다 신춘문예 공모는 성황을 이뤘습니다. 시, 소설, 동화 등 장르별 응모자와 작품 수가 수천 편씩에 달하며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도대체 이 많은 ‘문청(文靑)’들이 어디 있다 나왔을까 싶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본 문학의 열기는 참으로 싸늘합니다. 문학·출판계 사정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는 가운데 최근의 베스트셀러 랭킹이 마음을 헛헛하게 합니다. 4일 인터넷 교보문고, 예스24 등에 따르면 베스트셀러 종합 순위 ‘톱 10’ 안에 기욤 뮈소의 ‘아가씨와 밤’을 제외하면 국내 시나 소설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모두 자기계발서나 에세이 일색입니다. 20위 권으로 순위를 넓혀도 국내 소설은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인 ‘작별’(16위)이 유일합니다. 이른바 ‘순문학’의 소멸 위기마저 느끼게 됩니다.

신춘문예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해마다 그렇게 많은데 왜 순문학은 정작 이를 소비하는 독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것일까요? 공급자만 넘치고 소비자는 다 어디에 있는 걸까요?

우리 문학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은 뼈를 깎는 창작의 산물입니다. 시장이라는 자본주의 논리에 앞서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치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시장이 원한다고 글을 짓고, 원치 않는다고 안 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그러나 적어도 이런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대해서는 한 번쯤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은 그것을 즐기는 독자가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니까요. 독자를 외면한 채 예술만 외치는 작품은 환영받지 못합니다. 독자를 유혹하는 노력이 마치 숭고한 가치를 팔아먹고 타협하는 거라 생각하는 사고방식으로는 문학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언제까지 종이책을 선호하는 세대의 감성에만 호소하겠습니까? 텍스트보다 영상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어찌할 것입니까?

순문학의 순혈주의, 엄숙주의에서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순문학은 고귀하고 장르문학 혹은 대중문학은 하찮다는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미국 아마존닷컴의 베스트셀러 랭킹을 보세요. 종합 순위 ‘톱 10’ 중 2권을 제외하고 나머지가 모두 소설입니다. 그것도 스릴러, 서스펜스, 코미디 등 독자의 구미를 당기는 장르소설이라는 점도 눈에 띕니다.

올해가 책의 해입니다. 독자를 늘리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역부족 같아 보입니다. 내년엔 재미있는 소설, 읽히는 시를 더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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