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불협화음. 근거 없는, 추측성 얘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관계 불화 여부를 묻는 말에 “그 질문의 근거를 잘 모르겠다”며 답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이뤄진 (남북 협력) 하나하나가 미국 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협의 없이 된 것은 하나도 없다”며 “그런 대화가 조금 불편한 면이 있어 아예 한·미 워킹그룹을 만들어 실무적으로 협의해 나가기 때문에 그런 문제를 둘러싼 한·미 간 불협화음은 전혀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불만을 전해온 보도를 부인하는 말이다. 일종의 가짜뉴스라는 공격인 셈이다. 그런데 워싱턴에서 접해온 미국 정부 움직임과 전문가들 반응, 언론 보도를 보면 한·미 간 대북정책 불화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지난 8월 22일 경의선 북측 구간 조사는 대북제재 위반을 우려한 유엔군사령부 반대에 막혀 무산됐다. 유엔군 사령관은 주한 미군사령관이 겸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미국 정부가 반대한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9월 17일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항의 전화를 했다. 10월 10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제재 해제 검토에 대해 직접 제동을 걸었다.
문 대통령이 미국과 남북협력 제재 면제 관련 협의를 위해 만들었다던 한·미 워킹그룹 발족 과정만 봐도 한·미 간 불화는 뚜렷하다. 워킹그룹 발족은 10월 30일 미 국무부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방한 활동 성과라며 발표할 때까지도 문재인 정부는 쉬쉬했다. 워킹그룹 첫 회의 날(11월 20일)에 폼페이오 장관이 ‘2인승 자전거(tandem)’론을 통해 남북 관계-비핵화 병행을 강조한 것은 한·미 불화의 깊은 골을 보여줬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미국의소리(VOA)에서 “외교언어를 해석하면 폼페이오 장관이 실제로 말하고 싶은 것은 한국이 앞서나가고 있다는 데 대해 걱정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AP통신은 ‘미국이 남북관계 진전에 주의를 촉구했다’는 제목으로 보도했고, AFP통신 역시 ‘남북 화해가 비핵화에 앞서 나가선 안 된다 : 폼페이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대북 정책을 둘러싼 한·미 불화를 꼬집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남북 관계 개선에만 열을 올리다 초래한 한·미 불화를 인정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의 대북 정책 운전대 방향을 한·미 간 가장 큰 당면 목표인 북한 비핵화로 재조정해야 한다. 문제를 인정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북한의 평화 공세에 취해 한·미 불화는 없다고 강변하며 남북 관계에 매달릴수록 북한 비핵화는 멀어지고 65년 한·미 동맹 파열음은 커질 수밖에 없다. 로마 공화정 말기에 평민파와 원로원파 간 참혹했던 내전을 경험하고 당시 혼란상을 역사로 남긴 가이우스 살루스티우스(기원전 86년∼기원전 35년)는 “불화는 위대한 것들을 몰락시킨다”고 일갈했다. 비핵화를 무시한 남북 협력,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한·미 불화. 이것이 무엇을 몰락시키고 있는지 문재인 정부만 모르는 것 같다.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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