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현장에서 어린 생명을 구하고 격려 상금까지 기부한 강원 홍천소방서 119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과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강원 홍천소방서 제공
화재현장에서 어린 생명을 구하고 격려 상금까지 기부한 강원 홍천소방서 119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과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강원 홍천소방서 제공
홍천소방서 ‘소방영웅’ 6인

“아이 꿈키우는데 보탬됐으면”

매년 소방안전 체험행사 열어
폭설 고립된 마을에 분유 전달

문열기·겨울 고드름 떼기…
온갖 생활민원 처리에 분주


건물에서 불이 나면 7, 8분만 지나도 플래시 오버(flash over·폭발적으로 건물 전체가 화염에 휩싸이는 화재 현상)가 나타난다. 온도는 1000도 이상까지, 상상할 수 없는 고온 상태가 된다. 이런 화마(火魔) 속에서 세 살 아이를 구한 6인의 ‘소방영웅’들이 있다. 게다가 그들은 사회의 귀감으로 뽑혀 받은 상금마저 흔쾌히 아이들을 위해 내놓았다. 강원 홍천소방서 119소방대의 김인수(55·소방위) 구조팀장, 최재만(45)·박동천(44)·박종민(33) 소방장, 김덕성(36)·이동현(30) 소방교가 감동을 안겨준 주인공들이다.

6명의 베테랑 소방관들이 촌각을 다투는 다급한 화재현장에 출동한 것은 지난 10월 28일. 홍천군 홍천읍의 모 빌라 4층에서 불이 났다는 화재신고가 접수된 직후였다. 아이 엄마인 신고자의 목소리만 듣고도 상황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세 살 난 아들이 잠든 사이 잠깐 집 앞에 다녀왔는데 그새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집에서 치솟는 불길을 발견했다. 소방대원 앞에는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강력한 화염이 분출되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울음을 터뜨리며 구조를 바라는 아이 엄마를 본 소방대원들은 그때 너나없이 집에 있는 아이, 가족이 생각났다고 한다. 망설임 없이 화재현장에 뛰어들었다. 50㎝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불길에 휩싸인 집안 곳곳을 수색한 끝에 방에 누워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소방대원들은 “처음에 아이가 미동조차 하지 않았는데 안아 올리자 갑자기 크게 숨을 쉬었다”고 했다. ‘아직 살아 있구나’라는 기쁜 마음에 순식간에 눈물이 흘렀다. 고온에 헬멧이 녹아 내리고 한 소방관은 얼굴에 화상을 입었다. 김 팀장은 “세 살 아이가 있다는 말에 반드시 그 아이를 구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뛰어들었다”며 “그 정도 고온의 화재 상황은 잠시도 서 있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신고를 접한 김 팀장의 뇌리에는 지난 1995년 신생아가 가득했던 춘천 모 병원 산부인과 병동 화재 출동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김 팀장은 “소방관 생활 28년 동안 1만4000건가량 현장에 출동했는데 이처럼 목숨이 달린 긴급 출동의 경우에는 신고와 동시에 출동 지령이 떨어지고 인간적인 동물적 감각이 발휘되면서 어느새 장비를 착용해 출동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가장 긴장되는 순간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소방대원들의 분투에 힘입어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아이는 다행히 빠르게 회복해 건강을 되찾았다. 부모는 감사한 마음에 밝은 웃음을 되찾고 있는 아이의 사진과 소식을 소방관서에 전해 왔다. 용기 있는 소방관들에게 일반 국민의 격려 메시지와 선물도 답지했다. LG복지재단은 이들을 의인(義人)으로 선정해 LG의인상을 수여했다. 소방대원들은 하지만 상금 6000만 원을 흔쾌히 기부했다. 4000만 원은 순직소방관 가족·자녀 지원금으로 내놓았고, 2000만 원은 지난 11월 19일 강원 원주 백운아트홀에서 열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의 나눔콘서트 현장에서 화재가구의 아이 등 어린이를 위해 써달라며 후원했다. 소방관의 처우와 근무조건이 아직 열악한데도 아이들을 먼저 생각한 순수한 열정에 대한 울림이 커진 배경이다. 김 팀장과 소방대원들은 “상금을 받는 순간부터 우리 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겸양해 했다.

“저희야 화재진압이 의무이고 업무이면서 월급도 받고 있잖아요. 의인으로 뽑혔지만, 상금은 더 의로운 데 쓰라고 준 돈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키워주는 데 조금 더 보탬이 된다면 좋겠다 싶어 결정한 겁니다. 그렇게 자란 어린이들 중에서 저희처럼 소방관으로 복무하겠다는 아이가 나오면 더욱 좋은 일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바람도 있고요.”

아이들을 생각하는 김 팀장 등과 119소방대의 애틋한 시선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어린이날에는 경찰, 군청 등 관계기관과 함께 아이들이 화재 및 소방안전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각종 장비를 동원해 강원 홍천에서 매년 빼놓지 않고 체험행사를 펼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소방관들은 화재진압, 인명구조는 물론, 동물구조, 문 열기, 심지어 겨울철 고드름 떼기에 이르기까지 온갖 생활민원 구조신고에 대응하느라 늘 분주하다. 또 주야간 근무를 번갈아 해 밤낮이 바뀌다 보니 가족·친구와 함께 보낼 시간을 내기가 여의치 않다. 지난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방청 국정감사에서도 각종 화재와 구급현장에 투입되는 소방공무원들의 고강도 업무환경과 인력 부족, 열악한 근무조건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유독가스에 시달리는데 위험근무수당도 낮다. 최근 10년간 현장에서 숨진 소방관만 51명에 달한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팀장은 “소방관이 국가직으로 전환돼 똑같이 안전을 보장받고 인력도 확충되길 바란다”며 “사고현장에 가보면 소방관이 몇 명밖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인력 부족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119소방대의 따뜻한 행보는 봉사와 헌신의 자세를 평소 가슴속 깊이 각인해 두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 결정임을 알 수 있다. 김 팀장은 “강원 항공대에 근무할 때 폭우를 겪은 이재민에게 각종 생활구호품을 전달했고 대관령 폭설 때는 분유가 떨어진 세 살 아이와 부모를 위해 소방헬기의 호이스트로 간신히 따뜻한 물과 분유 한 통을 건네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그때 부모는 “119소방대가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고 감격해 했다고 한다. 그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는 하지만 인명을 구하는 것만큼 소중한 게 또 있겠느냐”고 자긍심을 표출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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