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말고 대통령에게 말하자”
622만명 조회하며 시위촉발
‘노란조끼자유’ 대변인 활동중
정부 유류세 인상 결국 철회
“침묵하는 것은 공범이 되는 것입니다. 대통령에게 직접 당신의 목소리를 전하십시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정부를 뒤흔든 ‘노란 조끼’ 시위는 한 50대 여성이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촉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롱 정부는 시위를 촉발시켰던 유류세에 대해서 인상 유보 방침에서 더 물러서 인상 철회를 결정했다.
5일 외신에 따르면 대서양 연안 브르타뉴 지방의 소도시 보알에 거주하는 자클린 무로(여·51·사진)는 지난 10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프랑스는 어디로 가는가. 지쳐 하거나 조용히 있는 것은 공범이 되는 것”이라는 글과 함께 4분 38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무로는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엘리제궁의 그릇을 바꾸고 수영장을 설치하는 것 외에 프랑스인의 돈으로 대체 무엇을 하는 것인가”라며 “그런 게 돈을 쓰는 목적이라면 우리가 직접 바꿀 수밖에 없다. 당신이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아코디언 연주자인 그는 정부의 세금 인상 및 각종 비용 부담이 자신과 같은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부당하게 지워졌다고 토로했다.
조회 수만 622만, 26만3000명 이상이 공유하고 4만5000여 명이 ‘좋아요’를 누른 이 영상은 곧 지난달 17일 노란 조끼 시위의 촉매제가 됐다. 시위 이름은 프랑스 운전자들이 차 사고나 긴급상황에 대비해 형광색 노란 조끼를 의무적으로 비치하는 데서 유래했다. 무로는 첫 시위 전날 프랑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운전자들과 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며 “발언권이 주어지는 한, 이들을 위해 계속 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노란 조끼 시위의 얼굴 격이 되다 보니 급진 세력의 협박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마련한 정부와의 대화 자리에 시위 대표 자격으로 참석하기 전 여러 건의 살해 협박을 받아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급진 세력들은 평화적 시위를 주창하는 무로에게 “정부와 대화를 거부하고 폭력시위를 이어가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무로는 최근 노란 조끼 내 평화주의자들의 모임인 ‘노란 조끼 자유’를 따로 꾸려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유류세 인상을 결국 철회하며 시위대에 백기를 들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마크롱 대통령과 필리프 총리는 2019년 예산에서 탄소세(유류세) 인상을 제외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내년 1월 예정됐던 유류세 인상을 6개월 유예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위 기세가 누그러지지 않자 결국 인상안을 거둬들인 것이다. 정권 퇴진 목소리가 커지자 부유세 부활도 검토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뱅자맹 그리보 정부 대변인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세제와 관련한 모든 정책은 수시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지난해 사실상 폐지했던 부유세도 효과가 없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부유세 대상을 부동산 자산 등으로 한정해 ‘부자 감세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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