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 하에서 공권력이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범죄의 진압·수사라는 기본 임무(경찰법 제3조)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5일 공개된 유성기업 김모 상무의 진술서를 보면, 이런 기대는 산산조각이 난다. 지난달 22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유성기업 노조원들로부터 폭행당해 중상을 입은 그의 진술서는 ‘맞아 죽을 뻔했다’로 시작한다. 얼굴 뼈가 부러지고 코뼈가 함몰돼 숨조차 쉴 수가 없어 지난 4일에야 겨우 쓰기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 상무는 “집단 구타와 폭력으로 생명(生命)을 위협받는 상황이 있다면 누가 날 지켜줄 것인지 세상을 믿을 수 없게 됐다” “죽도록 한 시간 동안 폭행당했는데 처벌 의사를 말하는 것도 두려워하는 세상이 원망스럽다”고 토로했다. 폭행 가담자들로부터 ‘살아서 못 나가’ ‘시너 통 가져와’ 등의 협박을 받았다면서 “사무실 집기를 안면에 던졌는데 피하지 못했다면 죽었을 것”이라고도 적었다. 노조원들은 집 주소를 대며 “네 딸은 무사할 줄 아느냐”고 협박해 무릎을 꿇고 빌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이런데도 경찰은 지켜보고만 있었고, 노조 측은 1∼2분 우발적 폭행이라고 한다.

가위 살인미수에 해당할 만큼 심각한 조직 범죄 행태다. 그런데 경찰·검찰·법원의 태도를 보면 그런 엄중함으로 수사하는지, 시늉만 하는지 헷갈릴 정도다.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받지 못했다. 전광석화처럼 압수수색을 하고 미세한 혐의들까지 들춰내는 적폐 청산 수사나 야당 의원 수사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김 상무의 진술서처럼 날뛰는 노조 앞에 국민이 공권력도 믿지 못하는 무법천지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정부와 공권력의 석고대죄와 대오각성이 시급하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