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 / 최윤정 지음 / 바람의 아이들

어린이 청소년 문학 평론가이자 번역가, 출판 기획·편집자 그리고 어린이·청소년 출판사인 ‘바람의 아이들’의 대표인 최윤정은 우리 어린이 그림책 역사에서 인상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1990년대 한국 그림책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즈음 번역하고, 출간하고, 무엇보다 누구도 손대지 못한 비평을 한 1인 다역이었다. 1997년에 출간된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는 어린이 책을 어떻게 봐야 할지 혼란스러운 시절에 나온 친절하고 따사로운 비평 안내서였다. 이번에 20여 년 만에 그동안의 글들을 더해 개정판을 냈다. 표지나 오자를 고치는 정도의 개정판이 아니라 지금의 독자에게 새로 말을 건네는 작업이다. 짧지 않은 시간을 견뎌 여전히 생명력을 지닌 책은 아이들에게 무슨 책을 어떻게 권할까 고민하는 어른들 그리고 여전히 어린이 책을 좋아하는 어른들을 위한 ‘한 권의 책’이 되고 있다. 책은 구체적인 비평부터 작가론, 책 읽기, 책 고르기, 글쓰기와 어린이 청소년 문학 전반에 대한 문제까지 여러 주제를 아우른다. 프랑스에서 불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돌아온 문학비평가가 아이를 키우며 어린이 책에 눈을 뜬 이력 그대로 깊이가 있으면서도 어렵지 않은 공감의 글들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내 아이들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필요했기 때문에 어린이 책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 안의 아이였다. 어른의 껍질을 쓰고 있어도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아이가 산다. 그 아이들은 당연히 어린이 책에 반응했다.”

갈수록 책을 안 읽는다는 시대, ‘독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독자가 아닌 사람들보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저자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그는 아이를 괜찮은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많지 않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심심할 권리를 주고 취향을 발견하고 발달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며, 책 읽는 시간을 존중해 주는 것” 이외에 무엇이 필요하겠느냐고 묻는다. 그러니 아이들 때문에 불안해하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쏠리는 열정을 거둬 자기 내면으로 돌리라고 조언한다. “동화를 읽으며 어린 시절에 스쳤던 정서들을 반추하다 보면 어느덧 아이와 어른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게 될 것이다. 아이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어른은 그 자체로 풍요로운 어른이며 보다 나은 양육자가 되어갈 확률이 매우 높다. 나는 그런 믿음으로 오늘도 책을 만든다.” 300쪽, 1만5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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