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왼쪽 사진) 전 대법관과 고영한(오른쪽) 전 대법관이 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각각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병대(왼쪽 사진) 전 대법관과 고영한(오른쪽) 전 대법관이 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각각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영장기각’ 배경과 의미

법원 “범죄혐의 불분명” 판단
임종헌 영장발부 판사가 기각

檢 사실상 혐의입증에 실패
‘사법남용 연결고리’ 끊어져

수사속도 차질 불가피해져
양승태 소환시기 늦춰질 듯


법원이 7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내세운 첫 번째 사유는 ‘범죄혐의의 공모 관계 성립’ 여부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법행정권 남용의 시행자로 의심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연루된 각종 의혹과 이들의 연관 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의미다. 이 밖에도 법원은 증거인멸의 우려와 도망의 염려가 없다는 점도 구속영장 기각 사유로 내세웠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로 향하던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검찰이 ‘임종헌-박병대·고영한-양승태’로 이어지는 확실한 연결고리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모 사실 소명 부족 = 법조계에서는 범죄혐의의 공모 관계 성립이 불분명하다는 법원의 기각 사유가 사실상 검찰이 두 전 대법관의 혐의 입증에 실패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박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임민성 부장판사의 경우 앞서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다. 사건의 공모 관계 등 전후를 잘 알고 있다는 의미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실제로 재판 거래 등이 밝혀진 게 없다”면서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임 전 차장 역시 검찰 조사에서 일련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두고 ‘윗선’의 부당한 지시를 어쩔 수 없이 따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서 상당수 범죄 사실에 대해 두 전 대법관과 양 전 대법원장을 공범으로 기재했다.

◇검찰 수사 속도 조절 불가피= 검찰은 두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구속영장이 발부될지는 미지수다. 기존에 확보한 자료의 범위를 넘어서는 수사 단서가 나오지 않는 한 이들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해도 법원의 판단을 뒤집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임 전 차장의 바로 윗선에 해당하는 두 전 대법관의 공모 관계가 불확실하다는 판단을 받은 마당에 또 그 윗선에 해당하는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입증은 난망일 수밖에 없다. 당장 다음 주로 전망되던 양 전 대법원장의 소환 일정이 조정될 수밖에 없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당연히 영장 재청구를 검토한다”면서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 개입 등에) 직접 관여했다는 부분이 상당 부분 나온 상태기 때문에 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환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애초에 정해진 시기는 없었고 영장 발부 상황에 따라 연동되는 사안이었다”고 말했다.

◇영장 기각한 판사들은 = 법원의 두 전직 대법관 구속영장 기각에 따른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속영장을 기각한 임 부장판사와 명재권 부장판사는 대법원이나 법원행정처 등에서 근무한 경력이 없다. 더욱이 임 부장판사는 10월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핵심 인물 중 첫 구속이었다. 검사 출신인 명 부장판사는 지난 9월 고 전 대법관의 자택과 박 전 대법관의 자택 등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두 판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시작된 후 재판부에 합류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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