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결정적 순간 손잡아
때론 ‘소폭’나누는 3選의원
“내가 당신 말 다 들어주는 데 왜 괴롭혀.”(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언제 괴롭혔어. 제발 삐치지 좀 마라.”(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지난 3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무산된 후 두 원내대표는 서울 모처에서 소폭(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을 곁들여 고충을 나누며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다시는 얼굴을 안 볼 것처럼 으르렁대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극적 타협을 이뤄 온 두 사람의 관계를 짐작하게 한다.
한국당 관계자는 7일 “정치 현안을 놓고 대립하다 보면 서로에게 심한 생채기를 남기기 마련인데, 두 원내대표는 서로 옥신각신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타협점을 찾아낸다”고 말했다. 실제로 홍·김 원내대표의 ‘찰떡 아닌 찰떡궁합’은 이번 예산안 합의 과정에서도 다시 주목받게 됐다.
두 사람은 노동운동 출신의 3선 국회의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나이도 (홍영표 1957년생, 김성태 1958년생) 비슷하다. 공석에선 서로 ‘홍 대표’ ‘김 대표’라 부르며 깍듯이 존대를 하지만, 사석에선 편하게 이름을 부르며 반말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여야 간사로 호흡을 맞추며 정년 60세 연장 법안 등 많은 현안을 처리하면서 일종의 동지애가 싹튼 것이다.
지난 5월 김 원내대표가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드루킹 사건) 관련 특별검사 수사를 요구하며 단식할 당시 농성 천막을 찾은 당내 인사들이 건강 악화를 걱정하자 그는 “내 친구 홍영표가 와서 해결해줄 거야”라고 중얼거렸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 김 원내대표가 단식 끝에 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되자 홍 원내대표가 비밀리에 병실을 찾아와 30분간 정국 해법을 상의하기도 했다.
지난달 여야의 고용세습 국정조사 협상 과정에서도 두 원내대표가 합의문 발표를 앞두고 벌인 일명 ‘할리우드 액션’이 화제가 됐다. 양당 관계자는 “두 원내대표가 물밑에서 거의 합의를 해놓고, 협상장 문만 열고 나가면 서로를 향해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며 “당내 강경파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벌인 정치술”이라고 전했다. 임기 종료를 앞둔 김 원내대표는 홍 원내대표에 대해 “청와대에 깨지고 야당에 깨지면서 균형감을 잘 잡아줬다”고 평가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