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이 돼 온 탄력근로제의 범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그 공을 넘겼기 때문이다. 가장 시급한 민생법안 중 하나의 입법이 사실상 무산됨으로써 당장 내년부터 300인 이상 근로 사업장의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거나 근로자를 300인 미만으로 줄여야 하는 사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런 사태는 사업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300인 이상이 근무하는 모든 사업장에서 주 52시간만 근로하도록 법을 개정하면서 시작됐다. 성급한 입법이었음이 확인되면서, 부칙을 개정해 법 시행일을 지난 7월 1일에서 내년 1월 1일로 유예했다. 그런데도 근본적인 대체입법을 하지 않는 한 범죄자 양산과 대량 해고라는 사태를 예방할 수 없다는 데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건 분명했다. 결국,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그 대안으로 찾은 것이 탄력근로제의 범위 확대였다. 즉, 근로기준법상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안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야 간 합의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탄력근로제 확대는 과로 사회 복귀이며 임금 삭감”이라며 강력히 반대하면서 일시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 발단은 지난달 22일 경사노위 출범식에서 탄력근로제와 관련해 “국회에 시간을 더 달라고 하겠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급기야 민주당도 경사노위의 결정을 지켜본 후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이해찬 대표 역시 경사노위가 연내 논의를 끝낼 수 있도록 지원만 할 뿐 당 차원에서 결정하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결국, 정부와 여당은 대량 해고 내지는 기업 범죄자의 속출이라는 사태를 방치하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한 셈이다. 물론, 그 이유로 2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사업장별로 노사 간에 합의하면 3개월 이내에서 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21개 특례 제외 업종의 경우 주 52시간 자체가 내년 7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통계를 보면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시행된 5개월의 계도기간에 근로시간 위반 신고가 60여 건이나 된다고 한다. 즉, 노사 간 합의 또는 특례업종에 대한 예외만으로 현안을 풀어간다는 가설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게 됐다.
결국, 이번 사태는 대기업 중심의 노조가 반대해서 민생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무능한 국회와 정부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말았다. 주 52시간 근로 제한 제도는 중소·중견기업에 불리한 제도로 판명됐다. 즉, 탄력근로제 범위 확대는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법 개정안인 것이다. 이는 문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이 대기업 노조의 눈치 보느라 중소·중견기업(中企)의 민생법안 처리를 거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기업을 적폐 대상으로 지목했던 현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정보통신기술(ICT)의 급속한 발전은 근로 장소와 시간의 개념을 크게 변화시켜 가고 있다. 이는 탄력근로제 또는 유연근로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급증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시점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두고 경사노위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여당과 정부의 모습은 마치 우리나라의 신(新)성장동력이 꺼져가기만을 기다리는 무능과 무책임의 전형이 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법 개정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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