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인이 전한 수사 내막
‘출세 목적 있었나’ 추궁 부담
가족·지인 수사로 압박 토로
변호인 “윗선지시 계속 물어
정치관여죄로 몰겠구나 생각”
석 변호사는 또 “검찰이 이 전 사령관의 세종시 집뿐만 아니라 서울에 혼자 사는 아들의 집, 이 전 사령관이 머물던 지인의 오피스텔, 박지만 씨 회사까지 네 군데 압수수색을 했다”며 “세월호와 아무런 상관없는 가족, 지인들을 수사해서 고인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잉수사, 별건수사 조짐이 있었나.
“아직 별건수사가 있었다고 말할 순 없지만 과잉수사는 항상 별건수사로 발전하는 법이다. 예를 들면 청와대와 (김관진 전) 장관에게 이런 보고를 했나, 어떤 지시가 있었나 물었다고 한다. ‘정치관여죄’로 가겠구나 생각했다.”
―세월호와 관련해선 더 구체적인 질문이 있었나.
“정부 서버를 뒤져서 나왔을 법한 수많은 내부 문건을 보여주며 질문을 했다. 세월호 출구전략 같은 보고서를 놓고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고 한다. 고인은 ‘내가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었다 없었다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권에 잘 보여 출세하기 위한 목적 아니냐’는 질문도 있었다고 한다. 본인이 기무사 지휘 체계에서 이뤄진 일이라면 뭘 물어도 자신 있게 대답하겠는데 윗선과의 관계, 정치적 목적을 묻는 것은 힘들다고 했다.”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선 어떻게 대응했나.
“세월호 사고는 전 정부의 최우선 관심사였다. 군이 ‘대민 지원’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다수 병력을 움직여서 수행했던 만큼 ‘대민 구조 작전’이라고 볼 수 있다. 그 활동과 관련해서 했던 일들은 검찰 조사에서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조사가 상부를 겨냥해 진행되자 ‘내가 뭐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아들의 방도 압수수색했다는데.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이 있는데, 그 원룸에까지 찾아갔다고 한다. 이 전 사령관이 ‘아들의 취직 건도 나중에 조사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을 했다.”
―고인이 주변인들에 대한 수사에 압박을 느꼈나.
“검찰 조사를 받고 온 다음 날 저녁에 만났는데 이 전 사령관이 자기 안위보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수사에 대해 더욱 심란해 했다. 오피스텔을 빌려준 지인들이 ‘혼비백산했더라’라는 말을 대여섯 번쯤 했던 기억이 난다. 이틀 뒤 ‘집사람과 있을 집을 찾고 있다’는 전화가 왔었다. 오피스텔을 빌려준 회사에서 완곡하게 ‘비워달라’고 한 것 같다. 금요일에 영장이 청구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토요일 밤에 짐을 옮겼다고 한다.”
―오피스텔의 소유주와는 어떤 관계인가.
“이 전 사령관이 검찰 조사에서 ‘내가 도움받고 있는 사람의 소유’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다음날 그 회사에 전화해서 왜 빌려줬느냐 물어본 것이다. 예편 후 민간생활하면서 경영 참여를 검토해 온 블록체인 관련 회사라고 들었다.”
―군에 대한 자부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전 사령관이 생전 ‘군을 이렇게 매도하고 범죄인 취급할 수 있나’라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본인은 살아도 산 게 아니다’라는 말도 했다.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 군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대화도 나눴다. 군의 사기와 역할을 존중해가면서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
―현 정권의 적폐 수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적폐청산은 잘못된 관행이나 제도, 시스템을 고치자는 것인데 이 정부에선 2년째 사람과 세력을 걷어내고 죽이고 괴멸시키려고 하고 있다.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닌 사람이 많다. 다음 정부가 들어섰을 땐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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