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석, 오순환, 정남식 (왼쪽부터)
오병석, 오순환, 정남식 (왼쪽부터)

■ 전문가 좌담

[좌담]
오병석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정책국장
오순환 용인대 교수
정남식 지역활성화센터 소장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 문화일보가 추진한 ‘농촌애(愛)올래-지역 단위 농촌관광시스템 구축’ 캠페인이 2년 차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시작한 이 사업은 파편화돼 있는 지역 농촌자원과 관광자원을 연계해 체험·관광·식사·숙박이 어우러진 농촌여행 프로그램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그 수익을 농가 소득으로 돌리기 위해 추진됐다. 지난해 이 사업이 농가소득 증대와 일자리 창출 등에 상당한 잠재력을 가진 것을 확인했다면 올해는 그 가능성을 더욱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 7일 서울 문화일보 본사에서 만난 농촌관광 전문가들은 지역 단위 농촌관광이 더욱 활성화하고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지역 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지역 농촌관광을 전담할 전문인력의 양성과 이들의 농촌 유입을 촉진할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지역 단위 농촌관광 시스템 구축 사업이 2년째를 맞았다. 먼저 이 사업의 의미와 변화한 농촌에 대해 평가를 해달라.

△오병석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정책국장 = 이 사업은 지역 농촌자원과 관광자원을 연계해 농가소득을 올려주기 위해 시작됐다. 지역 내 자원인 농촌자원과 일반 관광자원을 융합한 체류형 농촌관광상품을 만들어 기존 개별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단위자원 간의 유기적 연계와 여행객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5개 기초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했지만 올해는 1곳을 더 추가해 추진했다. 실제 이 사업을 통해 해당 지역에서는 농가의 농외(農外)소득이 상당히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정남식 지역활성화센터 소장 = 대형 리조트나 테마파크에서 운영하는 경관을 보기 위해 우리는 일정 정도의 비용을 지불한다. 튤립축제, 빛축제, 장미축제 등 기업에서 운영하는 관광상품에 우리는 기꺼이 돈을 지불했다. 하지만 농촌의 산과 들에 형성된 아름다운 농업 경관을 소비하기 위해 어느 누구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 다랑논의 주인은 농촌주민이지만 다랑논의 경관은 일종의 공유재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농업·농촌의 자원은 이렇듯 사유재와 공유재를 넘나드는 특이성이 있다. 그간 농촌자원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했을 때 경작하는 주민이 소득을 얻어가는 것이 아닌 외지인이 운영하는 카페나 펜션이 소득을 얻어가는 경우가 빈번하게 나타났다. 일종의 무임승차현상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관광상품이 개발되고 운영되는 국내 시장의 특성상 마을 단위나 농가 단위의 상품 경쟁력은 한계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지역 단위에서 농촌관광의 전략을 구상하고, 브랜드를 만들며, 이를 농가나 마을 단위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네트워킹하는 사업이 필요했다. 지역 단위 농촌관광사업은 바로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시작됐으며 지금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2년간 지역 단위 농촌관광 시스템 구축 캠페인 ‘농촌애(愛) 올래’가 전개되며 농촌자원과 관광자원의 융합을 통해 농가소득을 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데 입을 모았다. 앞으로는 농촌 경관 개선, 전문적인 농촌관광 인력 양성 등 사업을 고도화하는 데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2년간 지역 단위 농촌관광 시스템 구축 캠페인 ‘농촌애(愛) 올래’가 전개되며 농촌자원과 관광자원의 융합을 통해 농가소득을 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데 입을 모았다. 앞으로는 농촌 경관 개선, 전문적인 농촌관광 인력 양성 등 사업을 고도화하는 데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씀이 나왔으니 이어가겠다. 지역 단위 농촌관광사업 시스템 구축 사업의 주요 성과를 구체적으로 얘기해 보자.

△오 국장 = 농식품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농가의 상품판매액 대부분이 농가소득으로 귀속돼 농가소득 증대에 이바지했다. 지난해 이번 사업 대상 농촌관광 지역의 농가귀속액은 2억9200만 원이었는데, 올해는 11월까지 5억800만 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농촌관광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 수요자인 도시민과 공급자인 농가 모두 만족도가 높은 관광상품을 제공할 수 있어 가능했다. 기존의 농촌여행 상품이 대부분 개별 농촌 관광지를 잠시 경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됐으나, 지역 단위 농촌관광사업은 농촌 지역의 단위자원 간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농촌에서 체류하고 경험해본다는 점에서 차별화됐다. 또 농촌생활과 더불어 지역의 고유한 자원과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해당 지역에 특화한 프로그램으로 구성·운영됐다.

△오 교수 = 농촌관광도 기본적으로 농촌이라는 장소의 특성 즉, 농촌다움을 핵심요소로 내세운 관광의 한 형태다. 관광객이 보고(배우고), 먹고, 놀고, 자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다양한 수익사업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2016년까지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통해 농촌관광객 1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농촌관광은 대중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농촌관광사업의 객단가가 낮아 이를 개선하고자 2017년부터 체류형·복합형 지역 단위 농촌관광시스템 구축사업이 전개됐고, 올해는 농촌관광 콘텐츠 개발사업에 집중해 부가가치 제고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정 소장 = 지역 단위 농촌관광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관광분야에서 아마추어인 농가와 마을이 관광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한 전문가로 역량을 체계적으로 쌓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 내 농촌관광에 대한 역량을 모으고 키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거버넌스를 만들었다는 점이 대표적인 성과다. 물론 단기적으로 체험관광객이 늘어나고, 객단가가 증가하며, 농가귀속소득이 높아지는 등의 성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는 것은 농촌관광과 관련된 지역 단위 농가나 마을들의 협력체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며, 이는 지역 단위 농촌관광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 지역 단위 농촌관광사업이 향후 농업·농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 전망해달라.

△정 소장 = 일단 단기와 장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마을 단위와 농가 단위로 분산돼 있던 역량을 집중시키는데 가장 큰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농촌관광 소비시장 역시 당일 프로그램에서 체류형 프로그램으로 변화가 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지역 역량 축적에 대한 기대가 크다. 다양한 실패와 성공의 노하우들이 지역 내 축적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당연히 농촌관광 서비스의 질도 개선될 것이다. 서비스 질 개선을 통해 현재 2만∼4만 원 정도에서 머물고 있는 농촌관광 객단가의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또 농촌자원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전환도 이뤄질 것이다. 농업·농촌은 다원적 가치가 있는 장소이자 역사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다양한 가치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도시와 농촌의 교류를 통해 농촌 지역이 농업생산 외에 홍수조절, 전통문화보전, 생물 다양성 증진, 식량 안보 등 국가적 관리자원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더 넓게 형성될 수 있다.

△오 국장 = 농외 소득원으로서 농촌관광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단위 농촌관광사업은 농촌 지역의 관광 활성화를 통한 도농 간 발전의 새로운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행객이 농촌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부수적으로 농산물 판매 등 농촌 내 수입을 증대하고, 농가가 도시민 등 여행객과 함께 농촌 체험과 정을 나눠 농촌 지역 활력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 교수 = 조금 부정적인 측면에서 진단과 전망을 좀 해야 할 것 같다. 현재 농촌 지역은 무분별하게 설치되거나 방치된 비닐하우스, 쓰레기, 폐가, 폐비닐 등으로 인해 관광목적지로서의 쾌적한 환경조성에 어려움을 안고 있다. 일본의 경우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쾌적하고 아름다운 농촌 경관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경관 농업을 추구하는 일본 홋카이도(北海島)의 후라노(富良野), 비에이(美瑛) 지역은 이미 세계적 관광명소로 발전했다. 한국에서도 최근에 코스모스 메밀꽃축제, 이효석 문화제 등으로 유명해진 북천면(경남 하동), 봉평면(강원 평창) 등의 성공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여행의 기본인 먹고 자는 수용태세가 여전히 부실하다는 평가가 있다. 침구의 품질은 물론 세탁 등 위생관리가 열악하다. 더욱이 수많은 농촌관광사업체에서 음식을 제공하는 방식이 자취 또는 뷔페식을 선호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인 도시민들은 정말 농촌스러운 식탁을 원한다. 요즘 방송되는 ‘한국인의 밥상’과 같은 그런 수준과 느낌의 음식 문화를 원한다. 이 정도 수준에 이를 수 있는 정부와 농가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 단위 농촌관광사업이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각자 의견을 말씀해달라.

△오 교수 = 농촌관광 환경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다. 정말로 ‘고향의 봄’ 노랫말이 떠오를 정도로 아름다운 농촌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최소한 농촌 관광지 주변에 펼쳐진 경관을 해치는 전신주와 전깃줄, 비닐하우스, 쓰레기, 폐가 등은 정비돼야 한다. 더불어 숙박 객실의 침구류 및 화장실, 집주인이 차려주는 시골 밥상 등의 접객환경도 크게 개선돼야 한다. 또 많은 농촌관광사업체가 공급하는 상품은 객단가 낮은 체험과 식사에 불과하다. 수익이 제한적이어서 많은 주민 참여가 어렵다. 향후 농가가 직접 나서서 부가가치가 높은 숙박과 농산물을 중심으로 상품군을 개발·운영한다면 농촌관광사업이 서서히 핵심수입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소비지출능력이 큰 50대 전후의 도시민을 겨냥한 맞춤상품을 개발하는 게 좋은 예다. 몸과 마음의 힐링을 추구하는 도시민을 겨냥해 아름다운 풍경, 고품격의 숙박, 맛깔난 음식, 지역의 인문학, 몸에 좋은 농산물 등을 결합한 힐링스테이(Healing Stay) 사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청년 일자리 창출과 연계해 농촌 또는 관광을 전공한 도시 청년을 중심으로 농촌관광사업의 혁신을 도모해야 한다. 젊은이의 활력이 농촌에 생기를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농촌관광 사업에도 다양하고 역동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도시 청년들이 일정 기간 농촌에 정착하고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지원사업이 요구된다.

△정 소장 =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지역 주민의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정책사업의 확대가 요구된다. 현재 추진되는 6개 지자체와 2019년 계획된 4개 지자체의 성공적 정착이 필요하다. 좋은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 잘하는 곳도 중요하지만 잘해야 하는 곳을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도권 일대 체험마을들의 경우 관광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들만의 경쟁력을 가지고 대형 테마공원과는 또 다른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대도시에서 2시간 이상 거리에 놓인 지역들이다. 소비시장에서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들 지역은 경유형 프로그램보다는 목적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특히 초·중·고의 각 학년별 교과과정과 연계된 교육형 농촌 체험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

지방정부는 지역 내 좋은 역량을 네트워킹해야 한다. 귀농, 귀촌자, 그리고 청년들에게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들이 활용하고자 하는 지역의 자산이 지역사회가 오랫동안 관리해왔던 공유재라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이들이 무임승차자가 아닌 농촌관광의 동반자로서 성장하기를 기대해야 한다. 프로그램의 개선도 요구된다. 농촌관광의 경쟁자는 농가와 농가, 마을과 마을이 아닌 대형 관광지, 리조트, 테마파크이다. 이들과 경쟁하기 위한 자원의 매력성은 충분하다. 다만 자원의 매력성을 충분히 느끼고 갈 수 있는 다양한 편의시설들의 보완이 필요하다.

―내년도 지역 단위 농촌관광 사업과 관련한 주요 정책은 어떤 것이 있나.

△오 국장 = 그간 농촌관광 방문객 수는 해를 거듭하며 계속 늘었다. 농식품부는 내년에 차별화된 농촌관광 상품 및 콘텐츠 개발, 품질관리 및 서비스 향상, 맞춤형 정보제공 및 홍보 강화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확대 등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농촌관광이 정책을 통해 기반 구축 및 시장 확대, 공동체 유지 등의 성과를 거뒀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다. 각 농촌의 특색을 반영한 콘텐츠나 관광자원 간 연계 부족, 운영역량 미흡 등의 한계가 여전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농식품부는 다양한 여행수요에 대비해 농촌 관광객 유치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 농촌관광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운영주체의 육성도 지원한다. 그뿐만 아니라 농촌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지자체 등과 협업을 통해 정책 추진체계도 정비할 예정이다.

정리 =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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